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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사막에서 만난 K-건설의 파워! UAE가 주목한 현대건설 프로젝트

2023.02.14 4min 34sec

두바이 전경. 현대건설이 시공한 ‘두바이 아이’가 우뚝 서 있습니다.


신이 내린 축복이란 뜻의 바라카(Barakah).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270km 떨어진 바라카에서 K-원전 수출의 쾌거라 불리는 ‘바라카 원전 3호기’의 가동식이 열렸습니다. UAE는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한·UAE 양국 정상, 관계부처 장관을 비롯해 한국을 대표하는 100여 명의 경제사절단을 초청해 성대하게 행사를 치렀습니다. 현대건설을 주축으로 한 ‘팀코리아’가 시공 중인 바라카 원전은 UAE 최고권액(1000디르함) 신권 지폐에 모습이 등장할 정도로 국가적인 관심이 높은데요. 메마른 사막에 불과했던 바라카를 ‘축복의 땅’으로 탈바꿈 시켰다고 평가받는 K-건설의 저력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 중심에 선 현대건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알 수 있을지 모릅니다. 


글=이희정 



아라비아반도의 동북부 연안에 위치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오만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UAE는 아부다비(Abu Dhabi), 두바이(Dubai), 샤르자(Sharjah), 아즈만(Ajman) 등 7개의 토후국으로 이뤄진 연방국가입니다. 각 토후국 별로 주력 산업은 조금씩 다르지만, 건설업은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분야입니다. UAE GDP의 10%* 가량을 차지할 정도인데요. 우리나라와는 1980년, 수교를 맺은 후 국내 건설사들이 현지에 활발히 진출하면서 끈끈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그보다 앞선 1978년  UAE에 첫 진출한 이래 총 50여 건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습니다. 기술 집약적 산업 설비부터 각종 인프라 구축까지, 현대건설이 그동안 선보인 대표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자료출처: Fitch Solutions


[ 칼리파 항만 배후단지 ]

[ 칼리파 항만 배후단지 ]



중동의 허브로 발돋움하는 UAE, 인프라 조성의 주축이 되다  

현대건설은 1978년 ‘두바이발전소’로 UAE에 첫 진출한 이래 ‘아부다비 하수처리설비 공사(1978)’를 기점으로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습니다. 이 공사는 UAE 수도인 아부다비에 총길이 24㎞의 하수관을 설치하는 토목 공사였는데요. 현대건설은 그 후 ‘루와이스 정유공사 배수로 공사(1979)’, ‘알아인 국제공항 공사(1986)’ 등 다양한 토목 부대 공사에 참여하며 신뢰를 쌓았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와 현대건설은 UAE를 전략적 수주 영업 국가로 삼고, 집중적으로 공략했습니다. 그 결과 2005년, 제벨알리 항만의 동쪽 방파제 부근에 총 연장 2602m의 콘크리트 블록식 안벽을 건설하는 ‘제벨알리 컨테이너터미널 1단계 안벽공사’를 수주했습니다. 당시 현대건설은 후속 공사인 ‘제벨알리 컨테이너터미널 1단계 배후부지 조성 및 부대시설 공사’도 연이어 수주했는데요. 이 두 개의 프로젝트는 고유가로 중동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중동의 관문인 두바이 내에 증가하는 물동량 처리를 위한 것으로, 현대건설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제벨알리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은 2007년 ‘칼리파 항만 준설·매립·방파제 공사’, 2010년 ‘칼리파 항만 해상터미널’의 수주로 이어졌습니다. 칼리파 프로젝트는 아부다비 정부가 신도시 건설을 위해 칼리파시와 항만의 산업 지구 개발 계획을 수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 공사인데요. 처음에는 동양의 작은 나라를 못 미더워 하는 눈빛도 있었지만, 공사가 중반에 들어설 때 즈음은 발주처인 아부다비 국영 항만회사 뿐 아니라 여러 파트너사들도 “현대가 하면 다르다”라며 현대건설의 기술력과 공사 수행 추진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현재 제벨알리항과 칼리파항은 UAE의 주요 항만으로 연간 수천만 TEU의 물동량을 소화하며 중동 해운 물류 관문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 400㎸ 송전선로 공사 ]

[ 400㎸ 송전선로 공사 ]



사막을 수놓는 전력망,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다 


국토의 대부분이 광활한 사막인 UAE에서 산업 설비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전력망 구축은 매우 중요합니다. 도시가 발전할수록 자연스레 전력 수요도 증가하기 때문이죠. 현대건설은 1986년 ‘제벨알리-두바이 132kV 송전선 공사’로 전력 사업에 뛰어든 이래 ‘132/33kV GIS 변전소 공사(1997)’, ‘아부다비 및 알아인 전력망 확장공사(1998)’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사막과 도심을 잇는 송전선과 전력 공급의 심장 역할을 하는 변전소 공사를 이어갔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와 급속한 경제 성장과 인구 팽창으로 UAE는 전력 소요량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현대건설은 이에 발맞춰 아부다비·두바이·시아자·후자이라 등 각 지역의 전력망을 통합해 최적화된 전력 공급을 하는 ‘400㎸ 송전선로’를 비롯해 ‘제벨알리 ‘M’ 변전소‘, ’루와이스 변전소‘ 등 최고전압인 400kV 변전소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특히 2007년 수주한 ‘아부다비 132/11kV 변전소’는 당시 광관특구로 지정된 사디야트 섬에 기반 시설인 초고압 변전소 2개를 짓는 공사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사용자에게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전압의 크기를 적정하게 변환하는 시설을 짓는 것이 골자였는데요. 현대건설은 공사 관련 규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UAE와 첨단 기술만을 채택하기로 소문난 발주처 트랜스코를 상대로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은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해 UAE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단단한 보탬이 됐습니다.  


[ UAE 아부다비 합샨-5 가스공장 ]

[ UAE 아부다비 합샨-5 가스공장 ]



에너지 벨류체인의 중심에 선 현대건설


UAE는 원유, 천연가스 등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기반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 온 대표적인 산유국이죠. 현대건설은 ‘두바이 발전소(1978)’를 시작으로 ‘루와이스 탄화수소 분해공장(1984)’, ‘제벨알리 ‘D’ 2단계 리파워링 발전 및 담수공사(1999)‘, ‘제벨알리 발전담수 공사(2005)’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UAE의 경제 발전에 기여해 왔습니다. 그중에서도 공사비 17억 달러에 달하는 ‘아부다비 합샨-5 가스공장(2009)’은 UAE 최대 규모로, 서울 시민의 하루 소비량에 해당하는 21억 5000표준 입방피트(2150MMSCFD)의 가스를 정제할 수 있는 설비였습니다. 현대건설은 이 공사를 단독 수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다시 한 번 가스 플랜트 분야에서 입지를 굳혔는데요. 이를 기반으로 ‘보로지 3차 확장 프로젝트(2010)’와 '보로지 3 XLPE(2011)'을 연이어 따내는 데 성공합니다. 이 두 프로젝트는 르와이스 공단 내 세계 최대 폴리머(Polymers) 플랜트와 최고 등급의 가교폴리에틸렌(XLPE: Cross-Linked Polyethylene) 생산시설을 짓는 공사였는데요. 현대건설은 메가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준공으로 기술 집약적 산업 설비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이 밖에 주목할 프로젝트로 ‘사브 해상원유 및 가스처리시설(2013)’과 ‘미르파 담수 복합화력발전소(2014)’가 있습니다. 사브 해상원유 및 가스처리시설은 현대건설이 처음으로 진출한 오프쇼어 프로젝트이자 아부다비의 주요 국책사업이었는데요. 플랜트 공사 최초로 모듈화 공법을 적용해 건설 현장에 혁신을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한 미르파 담수 복합화력발전소는 총 1600㎿급 화력발전소와 하루 23만 8천t의 걸프만 바닷물을 음용수로 전환하는 담수화 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로, 현재 아부다비 전기·식수량의 10%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화력발전소와 담수화시설 공사를 동시에 수행한 프로젝트로 중동에 새로운 발전(發電) 모델을 제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사막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교두보


현대건설은 긴 시간 쌓아온 풍부한 시공 경험과 선진 건설사들과의 경쟁에서 얻은 기술력을 UAE에서 뽐내고 있습니다. 현재 UAE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최초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 추진을 발표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요. 정유·화학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수소·태양광·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6000억 디르함(약 207조원 규모)을 단계적으로 투자할 계획을 선포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는 여러 나라들의 시선이 UAE로 모이고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최근 한국과 UAE는 정상회담을 통해 △전통적 에너지 및 청정에너지 △평화적 원자력 에너지 등 4대 핵심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것을 약속했죠. 특히 ‘팀코리아’로 원전 시공에 참여해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국내 건설사에 많은 관심이 모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 중심에 선 현대건설 역시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UAE를 넘어 세계시장으로 한 단계 도약해 나갈 것입니다.  

※연도 표기: 수주 기준


UAE 화폐 속에도 등장한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UAE 화폐 속에도 등장한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3시간쯤 달리면 끝없이 보이는 사막 한가운데 웅장한 콘크리트 건축물 4개가 나타납니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수출한 원자력발전소, 바라카 원전입니다. 2009년 현대건설,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프랑스·미국·일본 등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2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원전 건설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 이 사업은 우리나라를 세계 다섯 번째 원전기술 수출국이자 여섯 번째 원전 수출국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가로 8㎞, 세로 1.8㎞에 이르는 바라카 원전의 규모는 여의도 면적의 4배에 이르고, 이슬람 사원 모스크를 연상시키는 원자로 건물의 상부돔은 30층 아파트 높이와 유사한 80m를 넘어섭니다. 현재 1·2호기가 상업 운전 중이며, 3호기는 연료장전과 함께 가동 준비를 마쳤습니다. 향후 완공 예정인 4호기까지 모두 가동되면 UAE 전력 수요의 최대 25%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대관람자 ‘아인 두바이(Ain Dubai)’


세계 최대 대관람자 ‘아인 두바이(Ain Dubai)’


2021년 10월, 두바이의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블루워터스 아일랜드’에 새로운 명물이 등장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고, 거대한 대관람차 ‘아인 두바이’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주변을 압도하는 웅장함은 물론 두바이의 유명 랜드마크와 멋진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습니다. 현대건설의 주도 아래 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 11개국의 협력으로 탄생한 ‘아인 두바이’는 63빌딩과 맞먹는 250m 높이로, ‘런던아이’(135m)보다 두 배가량 큽니다. 관람객을 태우는 48개의 탑승칸(Capsule)은 최대 1750명까지 수용할 수 있고, 360도로 회전하면서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길이 11.6m, 폭 5m에 달하는 탑승칸은 한 바퀴 도는 데 38분이 걸립니다. 세계 최고 높이로 기록을 세운 만큼 소요된 자재의 수량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총 1만1200t의 철강이 구조물에 투입됐는데, 파리 에펠탑에 사용된 양보다 약 33% 많고, 구조물 중심(hub)과 지지대(spindle) 무게는 1805t으로 대형 여객기 A380 4대와 비슷한 수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