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한국과 달리, 지구 반대편에서 여름을 살아가는 현대건설 직원들의 풍경은 사뭇 다릅니다. 체감 50도의 열기 속에서 하루를 버티는 중동, 1년 내내 여름이 이어지는 동남아, 그리고 여름이 오히려 서늘하게 느껴지는 남미의 고산지대까지. 그들만의 ‘생존 루틴’에는 기후에 대한 적응, 몸과 마음의 회복, 그리고 현지 문화를 껴안는 유연함이 담겨 있습니다. 글로벌 무대 위에서, 여름을 각자의 방식으로 견디고 있는 ‘현건인’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PERU
고산지대의 일상, 그리고 그에 맞춰진 적응의 시간
페루 친체로 신공항 현장에서 건축 발주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성민수 매니저입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페루에 왔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해발 3,800m 고산지대 특유의 환경이었습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쉽게 피로가 몰려왔죠.
초반에는 낯선 고도에 적응하기 위해 생활 패턴을 조정하고 체력을 관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장점도 있었습니다. 페루는 남반구에 위치해 있어 한국과 계절이 정반대라 여름은 서늘하고 겨울도 크게 춥지 않아, 반팔을 입을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무더위에 지쳐갈 때, 저는 긴팔 차림으로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데요. 가끔 7~8월 여름휴가로 한국에 들어가면, 페루에서는 느낄 수 없는 한여름 폭염이 반겨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저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바로 ‘자연 100% 즐기기’입니다. 주말마다 안데스산맥으로 등산을 가는데, 힘겹게 올라 정상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머릿속을 맑게 하고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줍니다. 얼마 전엔 동료들과 ‘무지개산’으로 불리는 비니쿤카(Vinicunca)에 다녀왔는데요. 출발점부터 해발 4,500m였고, 정상은 5,200m에 달했습니다. 올라갈수록 숨이 차고 다리도 무거워졌지만, 결국 정상에 섰을 때 느낀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낯선 환경 속에서 구체화되는 오래된 꿈
페루에서의 생활이 단지 경험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제 오랜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입사 전,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 멕시코에 무작정 떠났던 적이 있습니다. 언제 어떻게 쓰게 될지 모른 채, 그저 스페인어가 좋아서 시작한 여정이었고, 당시에는 그것이 어떻게 쓰일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때 배운 언어가 실제 업무 현장에서 살아 숨 쉬며 쓰이고 있고, 이국에서 현지인들과 협업하며 느끼는 흥미와 즐거움은 제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남미 시장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생겼습니다.
해외 현장은 늘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많습니다. 정형화된 매뉴얼보다는 매 순간 유연한 판단과 주도적인 대응이 요구되죠. 이런 환경은 저에게 큰 도전이자 성장의 기회를 안겨주었습니다. 국내 현장과 달리 참고할 자료가 부족한 만큼 실전 감각과 책임감이 자연스레 강화되었고, 임기응변 능력도 훨씬 날카로워졌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언젠가 ‘남미 시장 스페셜리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페루라는 이국의 땅에서, 때로는 버겁고 때로는 벅찬 경험들을 쌓아가며 저는 한 걸음씩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곳에서의 도전을 밑거름 삼아, 현대건설의 글로벌 역량을 함께 키워나가는 인재로 성장하겠습니다.
SINGAPORE
싱가포르의 여름과 함께 배우는 여유
안녕하세요! 싱가포르 남북도로(NSC) N113, N115 현장(이하, SICO)에서 근무 중인 최도현 매니저입니다. SICO는 현대건설 입사 후 첫 부임 현장인데요. 저는 프리캐스트 공장을 직영으로 운영하여 교량 구조물을 직접 제작하는 현장에서 제작장 관리와 생산성 향상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서의 일상은 ‘끝나지 않는 여름’과의 공존입니다. 매일 햇빛과의 사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작렬하는 태양은 일상 속 피로를 쉽게 가중시킵니다. 선크림을 바르고, 팔토시와 얼굴 가리개, 선글라스로 무장을 해도 현장에서 돌아오면 얼굴은 벌겋게 익고, 귀 옆에는 선글라스 자국이 선명히 남아있죠.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는 완벽한 차단보다는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제는 얇은 옷을 걸치고, 땀을 흘리더라도 그늘 속 시원한 바람을 찾는 방식으로 여름과 타협합니다.
이곳에 와서 즐기게 된 것이 ‘Al Fresco’인데요. Al Fresco는 이탈리아어로 "시원한 공기 속에서"라는 뜻으로, 야외에서 식사하거나 음료를 마시는 문화를 말합니다. 저 역시 해 질 무렵이면 도심 속 루프탑이나 해안가 야외 식당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특히 국경 근처 바닷가에 위치한 ‘Kukai Izakaya’는 말레이시아 해안을 마주한 탁 트인 경관 덕분에, 제가 가장 아끼는 공간입니다. 바다 너머로 저물어 가는 해를 바라보며 잠시 일상의 열기를 식히는 그 시간은, 제게 큰 휴식이 됩니다.
해외 첫 부임지, 그리고 성장의 좌표
처음 해외 현장에 나올 때는 막연한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했습니다. 언어, 문화, 업무 방식까지 모든 것이 새로웠고, 생각보다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이 현장이 저에게 하나의 ‘성장 실험실’처럼 느껴졌습니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현장에서 빠르게 판단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힘이 길러졌고, 동료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협업의 본질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SICO는 제게 단순한 첫 해외 부임지가 아니라, 저를 깊이 있게 단련시켜주는 공간입니다. 선배님들과 동료들에게 일하는 방식을 매일 배우고 있으며, 그 안에서 저만의 역할과 존재감도 차츰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해외 근무를 통해 미래의 가능성을 더 크게, 더 멀리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10년 뒤, 제가 어느 나라에서, 누구와 함께, 무슨 프로젝트를 하고 있을지 생각해 보면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묘한 기대가 생깁니다. 저는 지금 이곳에서 그 가능성의 지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의 첫 시작점이 SICO라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QATAR
카타르의 여름을 이기는 나만의 호흡법
머나먼 중동, 카타르 루사일 타워 현장에서 전기 시공 업무를 맡고 있는 신민호 매니저입니다. 이곳은 국가 홍보 자료에도 자주 등장하는 상징적인 랜드마크 현장이지만, 한여름 현장은 그 자체로 혹독한 시련입니다.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한증막처럼 끓는 공기가 덮쳐오고, 몇 걸음만 걸어도 옷이 땀에 젖어 피부에 달라붙습니다. 기온은 연일 40도를 넘고, 습도까지 더해지면 체감 온도는 감히 수치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단순히 ‘참는 것’으로는 버틸 수 없는 환경, 카타르의 여름은 정신력과 체력 모두를 시험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뜨거운 계절 속에서도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작고 확실한 루틴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퇴근 후에는 Souq Waqif 전통시장 앞 요거트 가게 의자에 앉아 "이렇게 힘든 환경에서도 버텨내고 있는 내가 대견하다"며 스스로를 격려하고, 주말이 되면 저만의 리프레시 코스인 ‘금은방 탐방’에 나서는데요. 발품을 팔아가며 찾은 합리적인 금 한 조각이 손에 쥐어지는 순간, 그 빛나는 만족감은 일주일의 피로를 단숨에 날려줍니다. 땀을 흘리며 돌아다닌 만큼 더욱 값지게 느껴지죠.
전류를 타고 흐르는 성장의 실감
모든 인력과 자재 흐름, 작은 지시 하나가 시공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직영 공사 특성상, 현장의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팀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여야만 공정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전기 시공을 맡은 저는 매일 아침의 작업 지시를 위해 전날 밤 늦게까지 자재 확보 상황과 근로자 투입 계획을 꼼꼼히 점검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한마디의 지시가 수십 명의 동선을 좌우하고, 전선 하나의 위치가 타 공종의 흐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곳에서는 ‘조금 더 정확하게, 조금 더 빠르게’ 판단하고 실행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만큼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실패들은 모두 다음 현장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제 안에 고스란히 쌓이고, 하나씩 실전형 노하우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건 꼭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 “이 부분은 저 공정과 겹치니 미리 조율하자” 같은 판단들이 점점 더 몸에 배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긴박한 상황 속에서 협력업체, 관리팀, 시공 인력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도 체감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현장의 흐름을 읽는 눈, 사람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자라나고 있습니다. 매일이 도전이고, 매 순간이 배움이지만, 그 안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이 저를 다시 움직이게 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다짐합니다. 지금의 시간은 버티는 것이 아니라,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이라고. 언젠가는 이 모든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이 되고, 스스로를 증명하는 증거가 되리라 믿습니다. ‘우리 각자의 금을 묵묵히 쌓아가자’는 마음으로, 저는 오늘도 다시, 현장으로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