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15코스을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조용한 바닷가 마을. 아름다운 해안 절경이 반겨주는 수원리에는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포토 스폿이 있습니다. 높이 180m에 달하는 커다란 풍력 발전기 18기가 맞이하는 이곳은 현대건설이 시공한 제주 한림해상풍력 현장입니다. 향후 이곳에서는 약 6만 5천여 가구(4인 가족 기준)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전기가 생산될 예정인데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이자 현대건설이 지분 투자, 금융 PF 조달, EPC(설계·구매·시공)까지 맡은 제주 한림해상풍력 현장을 소개합니다.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디벨로퍼로 도약하는 현대건설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끝없이 펼쳐진 바다 위에 커다란 풍력 발전기들이 바람을 타고 춤을 추듯 아름다운 장관을 이룹니다. 바닷바람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에너지의 흐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이곳은 제주 한림해상풍력 현장입니다. 5.56㎿(메가와트)급 해상풍력발전기 총 18기가 설치되는 100㎿급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사업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데요. 현대건설은 2022년 1월 착공한 이래 34개월의 공사 끝에 최근 대부분의 공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미 지난해 연말 사용전 검사를 완료한 6기의 발전기는 상업운전을 시작,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데요. 향후 이곳에선 연간 234GWh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청정에너지를 생산할 전망입니다.
현대건설은 전라북도 고창군 연안의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건설하는 한편 현대스틸산업과 공동으로 국내 최초의 해상풍력 설치 전용선인 ‘현대프론티어호’를 개발하는 등 관련 포트폴리오를 성실히 쌓아 올리고 있습니다. 이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번 제주 한림해상풍력 프로젝트도 순풍을 타고 진행되었는데요. 무엇보다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뜻깊습니다. 현대건설의 첫 해상풍력 사업이었던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가 단순 도급 공사였다면, 제주 한림해상풍력 공사는 현대건설이 사업 지분을 갖고 주주로서 참여한 사업입니다. 국내 최초의 해상풍력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이자, 국내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상징성과 의미가 남다릅니다.
바다로 간 풍력 발전기, 기본 원리는?
풍력발전은 선풍기처럼 생긴 대형 발전기의 날개(블레이드)와 풍력터빈을 이용해 전기 에너지를 얻습니다. 이때 발전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이 감소하는 ‘규모의 경제’가 적용됩니다. 풍력에너지는 고도가 높을수록 강해지고, 날개가 클수록 바람을 받는 면적 또한 늘어나 발전량과 효율이 좋아집니다. 이런 까닭에 더 큰 에너지를 얻기 위해선 탁 트인 넓은 땅이 필요한데, 해상은 입지 제약에 적은 데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면이 바다라 대규모 발전단지 건설에 유리합니다. 또한 육지보다 바람의 세기와 방향이 균일하고 낮과 밤에 구애받지 않고 무제한으로 가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해상풍력 발전기는 타워, 나셀, 블레이드 등 상부 구조물과 이를 지지하는 하부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블레이드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점차 크기가 커지고 있는 추세인데요. 제주 한림해상풍력 현장의 발전기는 국내 최대 규모답게 해수면에서 블레이드 최상단까지 약 180미터에 이르고, 하부 자켓과 파일까지 포함하면 63빌딩(250m)과 비슷할 정도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합니다. 또한 블레이드 하나의 무게가 30톤, 길이는 70m로 우리가 잘 아는 보잉 777의 날개 폭과 비슷합니다.
해상풍력발전기는 보통 육지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건설되는데요. 거리에 따라 해저면에 고정하는 고정식, 바닥에 닻(앵커)을 심어 특정 위치에 발전기가 떠 있게 만드는(부유식) 등 방법도 다양합니다. 이렇게 멀리서 생산한 전기 에너지는 내부망과 해상변전소, 해저케이블 등을 거쳐 가정까지 전달되는데요. 이 모든 과정이 실제 어떻게 이뤄지는지, 제주 한림해상풍력 현장의 공정을 통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바다를 무대로 펼친 34개월의 도전…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
제주 한림해상풍력 현장의 가장 큰 변수는 ‘날씨’였습니다. 육지에서 1시간 가량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하기에 초기에는 뱃멀미를 하는 직원들도 속출했는데요. 이처럼 해상 공사는 현장의 접근성이 떨어져 장비와 자재를 옮기는 것이 어렵고, 너울 등 불안정한 환경 때문에 육지 공사보다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현장은 파고와 풍속을 고려해 해상 상황이 좋은 4~10월에 한정적으로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 자체 개발한 ‘기초 선천공’ 공법… 국내 최초로 현장 적용에 성공
[ (왼쪽) 해상 크레인을 이용해 자켓구조물 상단을 거치하는 모습 (오른쪽) 해저 암반에구멍을 뚫어 단단히 고정하는 기초 선천공 공법 ]
해상풍력 공정은 크게 ▷하부 기초구조물 제작 설치 ▷굴착공사 ▷TP(Transition Piece, 하부자켓과 상부 타워를 연결하는 구조물) 설치 ▷해상풍력 상부 터빈 설치 ▷전력 송전 케이블 설치 및 연결 순으로 진행됩니다. 가장 핵심은 타워 높이 110m, 무게 400톤에 이르는 발전기를 거친 풍랑에도 끄떡없이 단단하게 고정하는 것입니다. 현대건설은 깊은 해역에서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고, 강한 바람과 파도에도 견딜 수 있는 자켓식 기초를 적용했습니다.
현장은 공사 기간 단축과 작업 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하부 기초구조물을 현대스틸산업 율촌공장에서 제작해 2022년 6월, 해상 운송으로 들여왔습니다. 1기당 450톤에 달하는 하부 기초구조물은 1300톤의 해상크레인을 이용해 설치했는데요. 지형특성상 암반으로 이루어진 제주는 기초구조물을 단단하게 고정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과거 현대건설이 수행한 서남해 해상풍력 현장에 비해 자켓 무게도 2배나 더 나가고, 해저면의 경사도 심해 공사 난이도는 더 높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현대건설은 이러한 어려움을 자체 공법 개발을 통해 극복했습니다. ‘기초 선천공’ 공법은 암반 지반에 2m 가량의 구멍을 뚫어 고저차가 큰 해저 암반에서도 기초구조물을 흔들리지 않고 단단히 세울 수 있는 기술인데요. 현대건설은 국내 최초로 ‘기초 선천공’ 공법을 현장에 적용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또한 바닷속 미지의 공간을 좀 더 정밀히 살펴보기 위해 첨단 장비는 물론 잠수사들이 수심 20~40m까지 직접 들어가 시공 전 확인 작업에 나섰습니다. 더불어 GPS기반의 시스템을 비롯해 설계 허용오차 이내 정착을 위한 정밀 측량 등을 펼쳐 해상풍력 발전기 18기의 기초 하부 구조물을 2023년 10월까지 성공적으로 설치했습니다.
◆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해상풍력 전용 설치선 ‘현대프론티어호’의 활약
[ 현대프론티어호가 상부의 타워, 나셀·허브, 블레이드 등을 시공하는 모습 ]
하부 구조물을 단단히 고정했다면, 이제 상부 구조물을 조립할 차례입니다. 섬세한 기술력과 철저한 계획이 요구되는 상부 구조물 설치는 타워, 나셀·허브, 블레이드 등의 순으로 진행되는데요. 이를 위해 해상풍력 전용 설치선(Wind Turbine Installation Vessel) 현대프론티어호가 나섰습니다. 프론티어호는 배 한 척만으로 해상풍력 발전기의 선적과 운반, 설치를 원스톱으로 수행 가능한 국내에서 운용 중인 유일한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입니다. 해상풍력에 특화된 해상장비를 보유한 국내 건설사는 현대건설이 최초로, 실제 현장에 투입된 프론티어호 덕분에 작업 능률도 50% 가량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현장은 높이 80m에 달하는 타워를 네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조립했는데요. 특히 하나당 30톤이 넘는 대형 블레이드를 설치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공사 초기에는 리프트가 설치되지 않아 80미터 높이의 타워를 하루에도 여러 번 사다리로 오르내리며 작업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현장은 해상 조건을 고려해 야간 철야 작업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무더운 여름에는 이동식 에어컨, 얼음물, 얼음 조끼까지 동원해 작업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의 안전이었습니다. 항상 모든 직원들이 기상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끔 대형 모니터에 2주간의 기상정보를 상시 띄워 놓고, 매일 아침 ‘기상상황 및 통선운항 안내’ 문자를 직원과 작업자들에게 보내며 안전에 만전을 기했습니다. 특히 7~9월 제주지역을 통과하는 태풍 대비에 전력을 기울였습니다. 2022년 태풍 ‘힌남노(Hinnamnor)’는 최저 해면 기압 기준 역대 3위, 일 최대 풍속 기준 역대 8위를 기록한 대형 태풍이었지만 철저한 안전 관리 덕분에 아무런 문제없이 무사히 태풍을 이겨냈습니다.
◆ 해상풍력 공사의 하이라이트, 해저케이블 설치와 송전
[ (왼쪽) 해저케이블을 전용설치선 내부 탱크에 선적해 설치하는 모습. (오른쪽 상단) 해저케이블을 해저에 안정적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케이블의 길이를 실측하고, 효율적인 설치를 돕는 오메가(Ω) 포설 과정 (오른쪽 하단) 해상에서 육상 접속점 T.J.B(Transition Joint Box)까지 해저케이블을 설치한 전경 ]
육지로부터 3km 떨어진 해상에서 생산한 전기를 육지로 들여오기 위해 해저케이블을 설치하고 전력을 송전·연결하는 과정은 공사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조류와 유속 등을 이겨내고 해저케이블 설치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는데요. 현장은 섬세하고 정밀하게 케이블을 포설하기 위해 전문 포설선을 공수하고, 전문 잠수사들이 수심 40m까지 직접 들어가 작업 위치를 수시로 확인하는 등 정확도를 높였습니다.
지나가던 배가 닻을 내리거나 해류의 움직임에 손상될 우려가 있어 해저케이블 자체 보호관을 설치한 후 포설을 진행하고, 설치된 해저케이블 상단에 돌망태로 케이블 주변을 감싸는 작업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2024년 8월, 바다에서 육지까지 총 연장 21.5km에 달하는 케이블선을 성공적으로 설치 완료했습니다.
해상풍력발전, 현대건설이 열어가는 청정 에너지 사업
현재 현장은 시설 준공을 위한 시운전, 완성 검사 등 마무리 공사에 한창입니다. 긴 시간 동안 건립을 지켜봐 온 수원리 주민들은 물론 제주 지역 관계 기관에서도 현장의 준공에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는데요. 특히 제주 한림해상풍력 현장은 인접 거주민이 주도적으로 발전 사업의 이익을 공유받을 수 있는 협동조합형 주민 참여 모델을 최초로 추진, 지역 주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김현일 현장소장은 “현대건설이 해상풍력 디벨로퍼로써 당당히 이름을 올린 첫 번째 프로젝트인 제주 한림해상풍력 현장이 더 많은 신재생 에너지 단지 건립의 새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며 “해상 환경의 특수성과 난관을 극복하고 무사히 공사를 끝마칠 수 있게끔 함께 힘을 합쳐준 직원들과 근로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준공 소감을 밝혔습니다. 현대건설은 추후 한국에너지공단에서 발행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 REC) 발급을 받고 2025년 3월부터 본격적인 전력 생산에 나설 계획입니다.
해상풍력은 바다가 인류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습니다. 드넓은 바다 위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는 국토의 한계를 뛰어넘고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뿐 아니라 지역경제를 살리는 미래성장동력이 될 것입니다. 현대건설은 누구보다 발빠르게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제주 한림해상풍력 단지를 비롯해 경남 통영 욕지, 전남 고흥 등에 발전 사업권을 확보하며 에너지 전환 시대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거친 바닷바람을 이겨내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가는 현대건설의 도전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