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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현대건설 전문가 열전 ⑤ BIM 전문가 오연주 책임 효율은 올리고, 오류는 줄이고! 스마트 건설 앞당기는 ‘변화 촉진자’

2023.09.01 5min 33sec

경험은 그 자체로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한 분야에 몰두해 있는 사람의 경험이라면 더욱 그러하죠. 현대건설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것 역시, 맡은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오랜 기간 자신을 단련시킨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대건설에서는 회사의 경쟁력이 되어 온 사내 전문가의 인터뷰를 기획 연재합니다.


BIM 전문가 오연주 책임

효율은 올리고, 오류는 줄이고! 스마트 건설 앞당기는 ‘변화 촉진자(Smart Changer)’


정형화된 디자인, 단순화된 기능의 건설물*이 주가 이루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예술 작품인 듯 직선, 직각이 거의 없는 기하학적인 형태의 건설물, 다기능 복합건물도 이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죠. 건설물이 비정형적이고 고기능화되다 보니 시공 지침이 되어야 할 설계안도 복잡해졌습니다. 2D 도면에 한계가 온 것이죠. 이러한 고민을 단박에 해결해준 디지털 솔루션이 바로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입니다.

*건설물: 지상 혹은 지하에 구축한 공작물로, 건축‧토목 등 공학적으로 시공된 것을 말합니다.


카타르 국립박물관 조감도와 청ㄹ골 및 외장 BIM모델

[ BIM으로 만든 카타르 국립박물관 조감도와 철골 및 외장 BIM 모델 ] 


BIM은 건설물의 ‘요람부터 무덤까지’ 모든 정보를 담아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모형입니다. 현대건설이 건설한 세계적인 아이콘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BIM 없이는 완공해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사막의 장미’에서 영감을 얻은 이 건물은 철골로 사막 장미 모양의 구조체를 세운 뒤 7만 6000여 장의 섬유 보강 콘크리트(FRC·Fiber Reinforced Concrete) 패널을 원형판에 끼워 맞췄습니다. 꽃잎 하나를 완성하는데 4개월 이상 소요될 만큼 정교한 기술을 요구하는 작업이었죠.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의 비정형 건축물을 짓기 위해 현대건설은 세계 최초로 건축 전 과정에 BIM을 도입했습니다. 3차원으로 모델링된 건물을 보며 설계 도면의 오류를 미리 파악하고, 실제 시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건설은 일찍이 BIM을 도입하고 전문 인력을 확충했습니다. 또 사업본부마다 전담 조직을 구성하며 건설산업의 디지털화에 매진하고 있죠. 건축주택프리콘팀 오연주 책임은 현대건설 BIM 기술의 핵심 구성원이자, 전문가입니다. ‘디자인 컴퓨팅*’으로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전문지식을 토대로 건설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디자인 컴퓨팅(Design Computing): 한국에서는 ‘건설 IT’로 불립니다.


글=박현희 / 사진=이슬기 / 디자인=원혜연



건설업은 노동집약형 산업으로 제조업에 비해 디지털화가 더뎠습니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디지털 생태계가 진화하는 동안에도 토목‧건축‧설비‧전기 등 공사 종류(공종)별로 수십 장에 달하는 도면을 보며 건물을 지었죠. 물론 현장에는 베테랑 작업자가 함께합니다. 그러나 공종마다 설계 도면이 다르고, 평면적이라 작업 중 간섭이나 실수가 발생하곤 했습니다.


1998년 영국 정부는 <건설을 다시 생각하기(Rethinking Construction)*>란 제목의 흥미로운 보고서 하나를 발표했습니다. 건설산업의 품질과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작성된 이 보고서는 건설업이 제조업에 비해 생산성 향상이 더딘 이유를 분석하며, 설계 및 시공 오류가 많은 점을 꼬집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건설산업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BIM과 같은 디지털 건설기술 개발에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영국의 유명 경영가 존 이건(John Egan)이 영국 정부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보고서. 그는 <Rethinking Construction>을 통해 건설업이 제조업에 비해 낙후된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 BIM 소프트웨어 시장 점유율 1위 오토데스크가 소개하는 BIM. 건설업에 혁신을 가져다줄 이 솔루션은 설계 오류와 재작업을 줄여 원가를 절감하고 프로젝트 성과 개선을 가져다줍니다 ]


이제 디지털 건설기술은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높은 품질로 완성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습니다. 그중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은 건설 디지털화의 근간이 되는 기반 기술로 특히 주목받습니다. BIM은 기획-설계-시공-유지관리 등 건설물의 전 생애 주기 데이터를 통합하여 가상공간에 구축하는 디지털 모형입니다. 설계는 평면적인 2D CAD에서 3D CAD, BIM으로 점차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3D CAD는 3차원 모델링 기술을 접목해 건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BIM과 비슷해 보이나, 관련 정보 없이 외형만 표현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BIM을 활용하면 건설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BIM의 이러한 장점에 주목하며 공공 부문 설계 및 시공에 BIM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BIM을 활성화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움직임이 한창입니다. 정부는 ‘건설산업 BIM 기본지침’과 ‘건축 BIM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토목·건축·산업설비·조경·환경시설 등 건설산업진흥법 상 모든 건설산업에 BIM 적용을 권고했습니다. 또 2030년까지 모든 공공공사에 BIM 의무 도입을 단계별로 확대하는 등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2005년 여느 건설사보다 선제적으로 현장에 BIM을 시범 적용했으며, 2015년 국내 최초로 전 공정에 BIM을 적용한 프로젝트(LH본사 신사옥)를 완공해냈습니다. 2018년 미국에서 열린 국제 BIM 콘퍼런스에는 현대건설의 시공사례가 소개되기도 했죠. 한발 더 나아가 2019년에는 BIM 활성화를 위한 TFT를 발족하고, 사업본부마다 BIM을 전담하는 조직을 구성했습니다.


BIM 데이터의 신뢰도와 객관성 확보를 위한 표준 정립, 건설업에 새로운 변화 이끄는 스마트 체인지가 제 역할이죠


오연주 책임은 현대건설의 BIM 전문가입니다. 한국에서 건축공학을 수학한 오 책임은 2001년 당시 정부에서 진행하는 ‘BK 21*’ 연구과제를 하며 건축물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컴퓨팅* 기술과 건축을 접목하는 학문에 흥미를 갖게 됐고, 2002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렇게 워싱턴주와 펜실베이니아주 소재의 대학에서 디자인 컴퓨팅(한국에서는 ‘건설 IT’로 불립니다) 관련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죠. 실무를 배우면서도 연구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는 현대건설이 스마트 건설기술 확대를 위해 BIM 전문 인력을 확보하던 시절 입사했습니다.

*BK 21: Brain Korea 21의 약자로 교육부에서 추진한 석‧박사급 인재 양성 프로그램. 

*컴퓨팅: 넓은 의미에서 컴퓨터 기술 자원을 개발 및 사용하는 모든 활동.


“2015년 현대건설 기술연구원으로 입사했어요. 현대건설에서 교과서 밖 진짜 건설을 배울 수 있었죠. 2019년 BIM TFT의 일원이 된 후에는 본부별 BIM 전략과 체계를 수립하고, BIM 경쟁력 확보에 본격적으로 힘을 보태기 시작했어요. 이듬해 3월부터는 건축‧주택 BIM 총괄로서 현대건설이 구축하는 BIM 데이터의 신뢰도와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표준을 정립하고 있죠. 본사와 현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BIM 교육도 진행하는데요. 건설업에 새로운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 제 역할이에요.”



건설업의 일하는 방식 바꾼 BIM… 섬세한 프로젝트 관리 가능


BIM


BIM은 데이터가 기본입니다. 통합된 정보를 이용해 설계를 완성하고, 공사에 필요한 각종 부재의 크기나 물량, 시공 순서, 장비 운용까지 시뮬레이션해 시공관리의 효율성을 높이죠. 공종마다 도면이 분리되어있어 확인하기 어려웠던 설계나 계획상의 문제점도 시공 전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이해당사자 간의 소통도 BIM을 통해서라면 원활하게 할 수 있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디지털 기술들과의 호환이 잘 되는 점도 특징이에요. BIM을 건설 디지털화를 위한 기반 기술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현대건설은 BIM에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을 더해 가상 시공을 진행해요. 이를 토대로 가설 계획을 세우거나 자재․장비 운용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죠.”


BIM이 건설업에 가져올 변화는 놀랍습니다. BIM은 3D(입체 모델링)를 넘어 4D(공정관리), 5D(물량산출), 6D(유지관리) 등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BIM 4D는 3차원 모델에 공정 정보를 더해 계획 대비 시공 진척률 체크 등 공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5D는 물량을 산출해 공사비 등 비용을 추정 및 분석하고, 6D는 운영 매뉴얼과 보수 주기 등의 데이터를 넣어 건설물 유지‧관리에 활용합니다.


3D부터 4D/5D/6D 까지? 다양한 BIM의 활용 분야 BIM 3D + 3차원 모델 = 모델 구축, 설계 도면 검토, 간섭 체크 BIM 4D + 3차원 모델 +  공정정보 = 시공 진척률 관리, 표준 공기 산정 BIM 5D + 3차원 모델 + 물량산출 = 물량산출 기반으로 견적, 공사비 등 비용 추정 및 관리  BIM 6D + 3차원 모델 + 유지 관리 = 건물의 보수·운영 매뉴얼, 기술 사양

[ BIM 기술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스마트 건설 백과사전 Vol.03 BIM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 사진을 클릭하면 해당 콘텐츠로 이동합니다 ] 


“현대건설은 BIM 3D부터 6D까지 수행 실적을 보유하고 있어요. 일례로 지난해 준공한 대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현대건설 스마트 건설 혁신 현장으로, 디지털 건설기술을 대거 적용했어요. 가상설계 및 시공(Virtual Design and Construction, VDC)* 기술 등 BIM도 6D까지 총망라했죠. 그 결과 국내 최대 BIM 공모전인 ‘BIM Awards 2021’에서 건축 부문 대상(국토교통부 장관상)을 받았어요. 2017년 세종-포천 14공구 고덕대교(가칭)의 BIM 사례로 토목 부문 대상을 받은 후 두 번째 수상이었죠.”

*가상설계 및 시공(Virtual Design and Construction): 3D BIM 모델과 기타 정보를 사용하여 일정 및 비용 예측, 리스크관리 등 프로젝트의 모든 측면을 디지털 방식으로 계획하는 것을 말합니다. 


현대건설은 2020년부터 현재까지 70여 개가 훌쩍 넘는 국내외 건축 프로젝트에 BIM을 적용했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카타르 국립박물관과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디자인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등 독특한 구조의 건축물이 성공적으로 준공한 데는 BIM이 주효했죠. 


BIM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 쿠웨이트의 수도 쿠웨이트시티와 수비야 지역을 연결하는 총연장 36.1㎞의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 현대건설은 돛단배 형상의 고난도 비대칭 사장교 건설을 위해 BIM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


교량, 터널 등 토목 프로젝트에도 BIM을 적용합니다. 쿠웨이트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의 경우 기획과 설계단계에서 BIM을 적용해 당초 계획보다 공사 기간을 1년 6개월 앞당겼습니다. 내년 준공 예정인 세종~포천 고속도로(안성-구리간) 14공구 현장에는 국내 고속도로 프로젝트 중 처음으로 공사 전 과정에 BIM을 도입했습니다. 건설 전 과정의 정보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으로 BIM에 저장되고 있죠. 이러한 기술력과 수행 경험은 토목 분야 사상 최대 기술형 입찰 사업인 남양주 왕숙 국도47호선 이설(지하화) 공사 수주로 이어졌습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현대건설이 지금까지 수행한 지하공간 건설 노하우는 물론 BIM을 포함한 스마트 건설기술력이 집약될 예정입니다.

*디지털 트윈: 현실과 가상 세계가 실시간 동기화되어 같은 데이터를 반영하는 기술. 


남양주 왕숙 국도47호선 이설(지하화) 공사’

[ 현대건설이 토목 분야 사상 최대 기술형 입찰 사업인 ‘남양주 왕숙 국도47호선 이설(지하화) 공사’을 따내며 설계와 시공을 아우르는 업계 최고의 기술 역량을 다시금 입증했습니다. 현대건설은 국내 최초 상하 분리 입체지하도로를 제안했으며, 이를 위해 BIM 등 다양한 디지털 건설기술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


현대건설은 발주처의 요구에 앞서 현장 맞춤형으로 BIM을 도입하는 등 업계 최고의 기술력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은 2022년 7월 영국왕립표준협회(BSI)로부터 BIM 분야 국제 표준인 ‘ISO 19650:2018(이하 ISO 19650)’ 인증으로 이어졌습니다. ISO 19650은 BIM 내부 지침 및 프로세스, 임원‧실무자 인터뷰, 수행 프로젝트 실적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엄격한 검증과 심사를 통과해야만 획득할 수 있습니다. 오연주 책임은 BIM 수행 표준 및 프로세스를 정립하는 등 국제 표준 인증에 크게 일조했습니다.


“지난해에는 건축‧토목 부문이, 올 7월에는 플랜트까지 전 분야에서 ISO 19650 인증을 받았어요. 현대건설이 전담 조직을 중심으로 BIM 전략을 세우고, 수주‧수행 기술 지원 및 BIM 프로세스를 구축한 덕분에 얻은 좋은 결과죠.”


클라우드 기반 BIM 협업시스템을 통해 통합모델을 확인하는 오연주 책임

[ 현대건설이 도입한 클라우드 기반 BIM 협업시스템을 통해 통합모델을 확인하는 오연주 책임 ]


현대건설은 건설 현장에 BIM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오연주 책임은 “일부 전문가만이 아니라, 건설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BIM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크고 작은 경험과 성공 사례가 쌓여야 합니다. 현대건설이 BIM을 비롯한 디지털 건설기술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이유입니다.


“BIM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효율성’이에요. 사전에 설계 오류나 시공 이슈를 찾아낼 수 있느니 소모적인 업무 과정이 확연히 줄어요. 자연히 프로젝트의 생산성도 높아지죠. BIM이라는 경쟁력으로 무장한다면 현대건설의 경영방침인 ‘상상 이상의 고객 감동’ ‘타협 없는 안전’ ‘믿음에 보답하는 품질’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그 여정에 함께할 거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