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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과 꼭 닮은 원자력 발전소의 생애 엿보기

2024.04.26 4min 27sec

인간의 삶과 닮은 원자력 발전소의 생애 엿보기



 탄생과 은퇴가 있는 원자력 발전소


지난해 국내 전력의 30% 이상을 감당하며 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원자력 발전소. 대한민국 에너지원을 지탱하고 있는 원자력이 약 50년의 역사를 넘어서며 세대 교체기를 맞이했습니다. 현대건설이 앞으로 시공할 신한울 3‧4호기처럼 새로운 원전이 탄생하는 반면, 1970년대에 건설된 원전들은 가동을 멈춘 채 해체를 기다리거나 은퇴를 미루고 운영을 연장하고 있는데요. 수명을 연장한 원전은 전성기 시절처럼 왕성하게 전력을 생산하고, 원전이 완전히 해체되면 해당 부지는 원래 상태로 복구되죠.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이 현업에서 물러나 제 2의 인생을 출발하는 모습과 닮아 있지 않나요?

탄생부터 은퇴까지. 원자력 발전소의 생애 주기를 들여다보면, 인간이 태어나서 성장기, 청장년기, 노년기를 겪으며 살아가는 모습과 꽤 비슷합니다.

인간의 삶과 닮은 원자력 발전소의 생애주기 탄생기 계획·설계 수립 성장기 건설 청·장년기 운영 노년기 영구정지·해체 후 생태계 복원 및 부지 재이용

특히 현대건설 원전 사업의 초석인 ‘고리 1호기’는 대한민국 최초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로 탄생해 약 40여년간 운영된 이후 해체를 앞두고 있어 원전의 생애 주기를 하나씩 짚어볼 수 있는데요. 탄생부터 해체까지 인간의 삶처럼 이야기가 있는 ‘고리 1호기’의 역사를 함께 여행해볼까요?



 1962-1971 탄생기  원전의 계획과 설계


곧 세상에 태어날 아이를 맞이하기 위해 부모는 많은 준비를 합니다.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태명을 지어주거나,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태교를 하며 필요한 준비물을 구비합니다. 원전 또한 가장 초기 단계에는 안전한 원전이 탄생하기를 꿈꾸면서, 꼼꼼한 계획과 설계를 수립하는 과정으로 시작합니다.


고리 1호기 원전의 탄생기 안전한 원전을 만들기 위한 계획과 설계 단계 탄생 과정 1962년 정부의 원전 건설계획 추진 1963~67년 원전 부지 선정 조사 1969년 부산광역시 기장군 최종 부지 선정 1970년 현대건설, 1차계통의 토목·건축·전기·계장 등에 대한 시공 담당 1972년 안정성, 건설 품질, 방사선 영향 등 종합 심사 후 건설 허가 승인


부산광역시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원자력 발전소 1호기의 탄생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62년 정부 주도 하에 원전 건설 계획이 본격 추진된 것이죠. 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부지 선정과 시공사 선정, 관련 기관의 승인과 허가, 설계 방식 등 복잡하고 많은 사항을 꼼꼼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고리 1호기 부지 검토는 1963년부터 1967년까지 3차례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아이에게 양육 환경이 중요하듯이, 최적의 원전 입지를 찾아야 하는데요.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원전 부지는 냉각수로 사용할 바다나 강이 있고, 지질학적으로 안정적이며, 주변에 인구가 적은 곳이어야 합니다. 다수의 원전이 동해안 일대에 자리잡고 있는 이유죠. 국내 원전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러한 대표 조건을 면밀하게 조사합니다. 당시 행주대교 북단 지역도 후보지 중 하나였지만 냉각수와 안보 문제로 배제되고, 최종적으로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 및 효암리 일대가 선정됐는데요. 여기서 이름을 따와 고리 1호기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후 약 9개월에 걸쳐 정부는 건설의 안정성 및 품질, 방사선 영향 등을 검토하고 고리 1호기 건설을 최종 승인했습니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으로 국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된 고리 1호기는 근대화의 상징이었습니다. 현대건설 또한 고리 1호기의 원자로계통 시공을 맡아 역사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첫 시공을 통해 경험을 쌓으며 국내 원전 기술 자립을 향한 성공적인 첫 걸음을 내딛었고, 그 성과로 1970년대에 고리 2호기 및 월성 1호기까지 연이어 수주했습니다.



 1971-1978 성장기  원전의 건설


성장기 아이에게 올바른 교육은 훗날 습관이 되고, 어엿한 사회인으로 거듭나는 버팀목이 됩니다. 성장기에 기본을 철저히 다지는 일은 원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전은 자칫 방심하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건설 과정마다 철저하게 관리하며 원칙에 충실합니다. 한치의 오차도 발생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각종 검사까지 실시하죠.


고리 1호기 원전의 성장기 기초부터 튼튼하게 다지는 건설 단계 체계적인건설품질관리 시공계획서와 절차서를 품질보증 요건에 맞춰 엄격하게 관리 국내 최초 원전 건설로, 대외 신뢰도 확보 및 원전 건설기술 자립역량 등을 습득한 현대건설 원자력안전위원회사용전검사 원전 시설의 성능에 대한 안전성정밀 검사 실시  시설검사 원전에 설치된 설비의 건설허가서 준수 여부 확인  성능검사 중요한 설비 성능 확인 1978년 고리 1호기 준공완료 세계 21번째 원전 보유국 등극 현대건설, 고리 2호기, 월성1호기 등 원전사업 본격 확대


현대건설은 수정과 보완을 반복하며 완벽한 시공 계획서와 절차서를 구성해 고리 1호기를 탄탄하게 시공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정확한 시공 기술은 물론 공정 절차와 품질관리의 중요성 등을 자연스럽게 습득해 원전 기술 자립화에 한발짝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완벽한 시공을 위해 건설 현황을 주기적으로 검토하는 과정 또한 원전 성장기의 필수 단계입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실시하는 ‘사용전검사’가 대표적인데요. 원전에 설치된 설비가 건설 허가서를 준수하는지, 기기의 성능이 적합한지 등을 각 공정별로 수차례에 걸쳐 검사하죠. 주요 구조물의 철근이 촘촘하게 잘 배열되어 있는지, 기기와 부품의 용접 상태가 안전한지 등 정밀하게 현장 검사를 실시합니다.



 1978-2017 청장년기  원전의 운영


성장기를 지난 청년이 사회에서 그간 쌓아온 잠재력을 마음껏 펼치는 청장년기. 인간의 생애 중 가장 열심히 일하고, 능력을 발휘하는 시기인 것처럼, 원전이 전력을 생산하는 운영 주기를 청장년기라고 말합니다. 원전은 오랜 운영 기간 동안 혹시 모를 사고를 막기 위해 틈틈이 점검도 받습니다. 마치 사람이 오랜 시간 지치지 않고 활동하기 위해서 병원에 찾아가 건강검진을 받는 것과 비슷합니다.


고리 1호기 원전의 청장년기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운영 단계 운영 히스토리 •설계수명 30년 1978년 상업운전 시작 운전 첫해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 용량의 9%를 감당하는 파급효과 2007년 설계수명 만료 가동 정지 후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계속운전을 위한 안정성평가서 제출 수명연장 10년 2007~2017 년 재가동 안정성 심사와 주민 합의 거쳐 수명 10년 연장 주기적인 안정성 평가 일상검사(매일), 정기검사(18~24개월), 주기적안정성평가&품질보증검사(10년) 40여년간 약 15만5,260GWh 전력량 생산 부산광역시 1년전력 사용량의 34배


원자력 발전소가 활발히 움직일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을 ‘설계수명’이라고 부릅니다. 설계수명이 만료된 후 계속운전을 하고 싶다면, 별도의 심사 과정을 거쳐 안정성 여부에 따라 10년 단위로 수명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고리 1호기는 1978년부터 2007년까지 30년의 설계수명이 만료된 후, 2007년 계속운전을 허가 받고 수명이 10년 연장되어 2017년까지 가동했습니다. 은퇴를 미루고 생산 활동에 조금 더 집중해 약 40년 간 원전의 청장년기를 보낸 것입니다.


원전 수명 연장을 위한 심사 기준은 매우 높습니다. 약 18개월 동안 안정성 심사를 거치고, 주민들의 의견도 수렴합니다. 원전이 옛날에 지어졌더라도 최신 기술 수준으로 까다롭게 평가하며, 만약 심사 과정에서 설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일정 기간을 별도로 지정하여 보완을 실시해야 다음 심사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절차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원전의 청장년기 동안에는 원자로와 관계 시설의 안정성에 대한 주기적인 평가도 받습니다. 매일 실시하는 ‘일상검사’, 18~24개월마다 실시하는 ‘정기검사’, 10년마다 실시하는 ‘주기적안정성평가’와 ‘품질보증검사’를 통해 언제나 문제를 대비하고 바로잡죠.

이러한 빈틈없는 관리와 기준을 모두 충족시킨 예시가 고리 1호기입니다. 운전 첫해에만 국내 전체 발전설비 용량의 9%를 감당하며, 우리나라 전력 공급에 엄청난 영향을 준 고리 1호기. 그가 40년 동안 생산한 전력량은 15만 5,260GWh로, 부산광역시 전체 한 해 전력 사용량의 34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2017- 노년기  원전의 영구정지와 해체, 그리고 생태계 복원 및 부지 재이용


노년기는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시기라고도 하죠. 은퇴 후 휴식을 취하거나 새로운 일을 도전하는 등 각자마다 노후를 즐기는 방법이 다를텐데요. 원전도 노년기에 접어들면 운전을 멈추며 해체 작업에 들어갑니다. 그 후 원래의 깨끗한 자연환경으로 돌아가거나 해체 부지에 새로운 발전소가 건설되기도 합니다*.

* 미국의 쉬핑포트(Shipping Port) 원전과 메인 양키(Maine Yankee) 원전은 해체 완료 후 부지를 개방해서 녹지 공원으로 재활용하고 있으며, 포트세인트브레인(Fort St. Vrain) 원전은 해체 완료 후 시설을 개조해 화력발전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출처: 한국원자력연구원)


고리1호기 원전의 노년기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영구정지와 해체 단계 해체를 기다리는고리 1호기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운영변경허가 사용후핵연료 처리 관련 심사 영구정지 결정  2017년 6월 18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해체계획서 승인심사 해체 방법, 방사성 물질 처리 방법, 부지환경 복원 등 검토 해체 (예정) 고리 1호기 즉시해체 작업 2024년 착수예정 운영종료 허가심사 잔류 방사능 여부, 환경영향 등 해체완료보고서 심사 차세대 원전사업, 원전해체기술 549조원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 추산가치 현대건설 원전해체 기술현황 미국 원자력기업 홀텍 인터내셔널과 독점 계약 체결  미국 인디안포인트, 오이스터크릭, 필그림 등 원전 해체 사업 참여  미국 원전해체부지에 소형모듈원전(SMR) 도입 추진 한전원자력연료와 업무협약 사용후핵연료 임시 및 중간저장시설 등 관련 업무 협력 방사성오염토양복원기술개발


노후화된 고리 1호기는 2017년 6월 18일 24시를 기점으로 가동이 영구정지 되었고, 해체를 앞두고 있습니다. 40년간 젊음을 다한 고리 1호기가 직업을 은퇴한 셈이죠. 은퇴를 앞두고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는 것처럼, 영구정지를 위해서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운영변경허가가 필요한데요.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방사성폐기물 처리계통과 같은 항목을 집중적으로 심사하고 허가를 받으면 영구정지를 할 수 있습니다.

영구정지된 원전이 바로 해체를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영구정지 후 5년 이내에 해체계획서를 세워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고리 1호기의 해체계획서는 2021년 5월 제출되었지만, 현재도 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계획서가 승인되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해체 작업에 착수할 전망이죠. 해체계획서에는 해체 방법부터 방사성 물질 제거 방법, 방사성폐기물 처리 처분 방법, 부지를 방사성 오염 없는 원래의 상태로 돌려놓는 환경 복원 등의 내용이 포함됩니다.

해체 방법은 영구정지 이후 최소 5년 정도 안정기간을 거쳐 해체하는 즉시해체와 수십 년 이상을 기다린 후 해체하는 지연해체로 나뉘는데요. 고리 1호기는 비용 절감과 신속한 부지 재활용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즉시해체 방식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모든 해체 과정에서 방사능의 외부 유출을 막고, 작업자와 주변 환경이 방사능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안전하게 작업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원전 해체 핵심 기술만 96개에 달하는 이유도 안정성 때문입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현장을 주기적으로 검사해 안전한 해체 과정을 관리할 예정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해체가 완료되면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출한 해체완료 보고서를 검토하여 원전 부지의 잔류 방사능이나 환경 복원과 같은 이후의 상황을 고려해 운영 종료를 승인합니다. 그 후 비로소 원전 해체가 마무리되며 해당 부지는 다른 용도로 재이용할 수 있습니다.


고리 1호기 해체는 착수가 눈앞에 다가오며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원전 해체 기술력을 입증하면, 추산 가치 549조*에 육박하는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전 기술의 선도주자인 현대건설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원전 해체 역량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미국 원자력 기업 홀텍 인터내셔널(Holtec International)과 독점 계약을 체결해 미국 인디안포인트 원전해체 사업을 참여하고 있고 추후 오이스터크릭 원전과 필그림 원전 등의 해체 사업에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국내 건설사 최초로 미국 원전해체부지에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 모델 도입도 추진하죠. 또한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국내 해체원전(고리 1호기· 월성 1호기)의 방사능 오염평가 및 비용평가 기술용역을 수행하면서 해체사업 기술역량을 축적하고 있는데요. 한전원자력연료와 사용후핵연료 임시 및 중간저장시설 등에 관한 업무 협약도 체결하며 차세대 원전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출처: Global nuclear power plant decommissioning market(Bates White, 2017.12.)



설계부터 해체까지 원전의 긴 생애를 아우르는 현대건설의 기술 생태계가 완성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국내외 영향력을 지속 확장하며 K원전 위상 강화에 한발 앞서는 현대건설의 내일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