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렸는데요. 제목의 ‘콘크리트’는 ‘아파트’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만큼 아파트를 짓는 데 콘크리트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죠.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용면적 84㎡ 기준의 아파트 한 채를 짓는 데는 185톤 규모의 콘크리트가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왜 영화에서 ‘아파트’라는 단어 대신 콘크리트를 썼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주거 공간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 만나게 되는 도로, 터널 등 다양한 인프라 시설의 주요 건설 자재도 대부분 콘크리트입니다. 발길이 닿는 모든 곳에 콘크리트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지구상에서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고 있다는 콘크리트, 언제부터 우리와 함께 했을까요?
이천 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콘크리트
콘크리트의 어원은 ‘함께 자라는’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concretus’인데요. ‘자라는’이라는 의미가 높은 건물을 연상케 합니다. 콘크리트를 어디에서 처음 사용했고, 누가 개발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고대 이집트와 로마에서 사용되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2000여년 전 로마인들이 지은 콜로세움, 판테온 등에서 석회와 화산재, 바닷물 등을 혼합한 콘크리트의 흔적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 모양이 변형되지 않은 것을 보면 얼마나 내구성이 훌륭한 재료인지 알 수 있습니다.
[ 콘크리트가 사용된 로마의 콜로세움과 판테온. 우수한 고대 건축기술을 엿볼 수 있는 관광 명소로 보존되어 있다 ]
흔히 콘크리트와 시멘트를 혼동하기도 하는데요.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엄연히 구분됩니다. 시멘트가 하나의 재료 이름이라면, 콘크리트는 시멘트와 물, 모래, 자갈 등의 골재를 적절하게 배합하여 굳힌 혼합물을 말합니다. 밀가루 반죽을 예로 들면, 주재료인 밀가루가 시멘트가 되고, 여기에 물과 함께 다른 재료들을 섞어 만든 반죽이 콘크리트가 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시멘트에 물, 그리고 모래를 혼합한 상태를 ‘모르타르(Mortar)’라고 합니다. 모르타르는 타일이나 벽돌 등을 붙이는 용도로 사용되는데, 모르타르에 자갈과 같은 골재를 넣으면 콘크리트가 됩니다. 건설 현장에서는 콘크리트를 레미콘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레미콘은 Ready Mixed Concrete라는 의미로, 현장으로 운송해 바로 부어서 사용할 수 있는 굳지 않은 상태의 콘크리트를 의미합니다.
콘크리트, 오랫동안 대체 불가인 이유
콘크리트는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는데요. 밀가루 반죽 상태에서는 원하는 모양대로 빚을 수 있지만 열을 가해 굳어지면 다시 변형이 어려운 것처럼, 콘크리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반죽 상태에서는 여러 가지 형태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유연하다는 점, 그리고 굳히면 매우 단단해져 건축물의 내구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콘크리트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콘크리트 강도는 MPa(메가파스칼)라는 단위를 사용하는데요. 1MPa는 1m²당 100톤의 하중을 견딜 수 있습니다.
가격과 유지비도 저렴하기 때문에 여러 건설 현장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물론 시공 기간이 길고, 양생 과정에서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는 단점도 존재하지만, 건물에서 가장 중요한 내구성은 콘크리트를 따라올 만한 재료가 아직은 없습니다. 차츰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구조물이 대형화, 고층화가 되면서 점점 고강도, 내구성 등 고품질에 추가적인 기능까지 갖추게 됐는데요. 최근에는 각종 신기술을 접목해 시공성은 높이고, 탄소배출량은 줄이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콘크리트 전문가 그룹으로 시작한 현대건설의 35년 연구
현대건설은 1990년부터 건설사 최초로 콘크리트 전문가 그룹을 구성하고, 변화하는 건설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다른 건설사에 비해 10여 년 앞선 시작입니다. 현대건설의 연구는 재료 원천 기술부터 제조, 시공, 양생(콘크리트의 노출면을 보호하는 작업) 등 모든 과정에 걸쳐 이뤄집니다.
연구 초기에는 콘크리트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강도를 높이는 기술 개발에 집중했는데요. 아파트에 사용되는 40MPa 이상의 압축강도를 가지는 콘크리트 개발에 착수해 1992년, 100MPa 콘크리트를 선보이는데 성공합니다. 이후 2005년 즈음은 ‘건설사 기술 경쟁 시대’라 할 만큼 고강도 콘크리트 연구가 활발했는데요. 2007년 현대건설은 당시 개발된 최고 강도 150 MPa를 훌쩍 넘는 국내 최고 강도(200MPa)를 개발하며 경쟁 우위를 차지합니다.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도 꾸준히 이어가 2015년, 담벼락 같이 길쭉하고 두꺼운 형상의 콘크리트 온도 균열 제어에 효과적인 ‘연직파이프쿨링 공법’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한편, 건설신기술(제760호)을 획득한 ‘콘크리트 양생자동화 공법’을 당진화력 9·10호기, 싱가포르 투아스 핑거 1 매립공사 현장 등에 적용하며 균열 및 양생 기간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렇듯 기술 개발의 성공 여부는 실제 현장에 적용됐을 때 판단하게 되는데요. 현대건설의 기술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러 현장에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어 더욱 가치가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는 물론, 교량, 발전소와 같은 대형 시설물 뿐만 아니라 2010년에는 초대형 해외 현장인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설을 위한 최적의 현지 맞춤형 콘크리트를 직접 개발, 성공적으로 적용했습니다.
탄소 저감을 위한 연구도 90년대부터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2015년과 2020년, 탄소배출량을 줄인 ‘Green PHC 파일’과 ‘무시멘트 고화재’를 개발하며 녹색기술인증을 획득했습니다. 또한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고성능 콘크리트도 선보였는데요. 2022년에는 일반 모래보다 무게가 더 나가는 슬래그 골재를 넣어 개발한 ‘고밀도 특화 모르타르’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인정하는 국내 최초 1등급 층간소음 저감기술을 획득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일반 콘크리트에 비해 빠른 시간 안에 높은 압축강도를 확보할 수 있는 ‘조강 콘크리트’ 기술을 개발, 국내 최초로 콘크리트 분야에서 행정안전부 지정 재난안전신기술(제2023-27호)을 획득했습니다.
완벽한 건설 현장을 위한 전천후 콘크리트 기술
현대건설 콘크리트 전문가들이 선정한 품질 향상, 성능 개선, 기능성 콘크리트, 탄소저감을 위한 대표적인 기술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온도 균열 제어로 품질을 향상시킨 ‘연직파이프쿨링’과 ‘양생자동화 공법’
콘크리트 품질은 수화열(시멘트와 물이 화학반응 할 때 발생하는 열)을 관리하는 것이 핵심 중 하나입니다. 발열량이 높으면 중심부의 온도는 높고 표면으로 갈수록 낮아져서 중심부와 표면의 온도차가 균열 발생의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형 현장의 구조물은 부피가 큰 매스콘크리트를 사용하게 되는데요. 덩어리가 클수록 온도로 인한 균열을 제어하는 것이 까다롭기 때문에 수화열을 저감시키는 것이 관건입니다. 현대건설은 옹벽, 교각, 주탑 등 수직으로 긴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에 적용할 수 있는 ‘연직파이프쿨링’과 매스콘크리트 구조물에 최적화된 ‘양생자동화 공법’을 개발하여 온도로 인한 균열 제어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연직파이프쿨링 공법은 구조물에 파이프를 수직 방향으로 설치하고 냉각수를 주입해 수화열을 감소시키고 이를 통해 온도 균열을 제어하는 기술인데요. 이 공법은 콘크리트 온도 균열을 70% 이상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관련 국내특허 2건을 취득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콘크리트학회로부터 기술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건설신기술로 인정된 양생자동화 공법은 구조물 중심과 표면에 온도 센서를 설치하여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온도 차이가 생기면 자동으로 온수를 공급해 콘크리트의 균열을 방지합니다. 이 기술은 온도 균열 제어는 물론 건조수축으로 인한 균열 제어도 가능하며, 자동화로 인한 인력 절감 효과도 뛰어납니다.
- 초고강도, 초고성능 콘크리트 기술
보통 아파트에는 20~40MPa 강도의 콘크리트가 사용되는데요. 초고층 건물이나 무거운 차들이 지나가는 교량은 상부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구조물 하부에 더 높은 강도와 두꺼운 콘크리트가 필요합니다. 일반 콘크리트가 인장력(물체를 늘어뜨리거나 잡아당기는 힘)을 보완하기 위해 철근을 결합하고 단면을 키우는 반면, 초고성능 콘크리트는 강섬유, 미세입자 등을 섞어 인장력과 강도를 높게 만들 수 있는데요. 건물 자체의 무게는 물론 기둥이나 벽 구조체 면적을 줄일 수 있어 더 넓은 내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2007년 국내 최초로 일반 콘크리트보다 10배나 더 단단한 200MPa급 초고성능 콘크리트 기술을 선보였는데요. 이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만 최고 270층까지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강도입니다. 또한 80MPa급 콘크리트 상용화 기술을 보유 중인 현대건설은 고덕대교(80MPa), 부산 에코델타시티 제8교(150MPa), 카타르 루사일 타워(80MPa) 현장 등에 성공적으로 기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 신재료 유공유리분말 기능성 콘크리트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2022년 고강도 콘크리트 시공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유공유리분말(Hollow Glass Powder)이라는 신재료를 콘크리트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고강도 콘크리트 생산을 위해서는 시멘트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그러면 반죽은 더 끈적끈적해집니다. 이때 동글동글한 형태를 가진 유공유리분말을 조미료처럼 살짝만 첨가해 주면 끈적한 점성이 줄어들어, 펌프로 이송하고 진동기로 다지는 작업이 훨씬 수월해지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현재 힐스테이트 별내스테이원, 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 등에 적용되었으며, 초고층 건축물·초장대 교량 등 고강도 콘크리트가 필요한 현장에 확대 적용할 예정입니다.
- 탄소 배출량을 줄인 신재료 H-ment와 Green PHC 파일
콘크리트는 시멘트와 골재를 혼합해서 만드는데, 시멘트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합니다. 그래서 현대건설은 시멘트 사용량을 줄여 탄소를 저감하는 연구를 시작했는데요. 그 결과 시멘트 대체재를 활용한 재료 H-ment를 개발하게 됩니다. 제철소에서 선철을 만드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생성물을 시멘트 대신 콘크리트에 사용하게 되면, 탄소 배출량을 최대 35%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미리 제품을 개량해 제작하는 프리믹싱(Pre-mixing) 제품으로, 균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 강도 저하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켰습니다.
이밖에 현대건설은 구조물을 튼튼하게 지탱해 주는 말뚝, 즉 콘크리트 파일에도 슬래그를 활용하여 탄소 배출량을 줄였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Green PHC(Pretensioned spun High strength Concrete) 파일입니다. 기존 PHC 파일의 성능은 유지하면서 시멘트 대신 슬래그 미분말 40%를 사용하는 등 뛰어난 탄소 저감 효과로 국토교통부로부터 녹색기술(GT-15-00090호)을 받았습니다.
- 국내 최초 재난안전신기술 인증을 획득한 조강 콘크리트
최근 현대건설은 일반 콘크리트에 비해 높은 압축 강도로 빠르게 굳는 조강 콘크리트로 행정안전부의 재난안전신기술(제2023-27호)을 획득했습니다. 콘크리트 기술로 재난안전신기술 인증을 받은 것은 국내 최초인데요. 이 기술은 특히 동절기 공사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발휘합니다. 양생 시 갈탄, 히터 등으로 열에너지를 공급해 10℃ 이상의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일반 콘크리트와 달리, 5℃ 온도 조건 충족 시 시멘트 수화반응을 가속화시켜 24시간 내에 5MPa 이상의 강도를 조기에 달성함으로써, 공기 단축과 난방비 절감뿐만 아니라, 가스누출, 질식, 화재 등 안전사고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대건설의 공기 단축 기술이 반영된 이 기술은 제물포 지하화 현장, 대곡-소사 복선전철 현장 등에 적용되었으며, 향후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현장 등에 적용될 예정입니다.
- 빅데이터를 활용한 콘크리트 품질 예방 시스템 ‘큐콘(QCON)’
현대건설은 원천기술 확보와 더불어 콘크리트 품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개발한 ‘큐콘(QCON)’은 웹/모바일을 활용해 콘크리트 타설 시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현장에 타설되는 콘크리트를 실시간으로 웹/모바일을 통해 모니터링 가능하고, 기존에 축적된 콘크리트 타설 데이터를 학습하여 콘크리트의 강도 및 불량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큐콘은 28일 예측 강도, 실측 강도 외에도 각종 불량률 등을 분석할 수 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주의가 필요한 정보를 전 현장에 제공해 불량 제품이 타설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레미콘 업체별 품질 수준을 정량화 한 품질지수를 비롯해 현재 기상 여건을 고려한 콘크리트 타설 적합도 등의 정보를 제공해 최고 품질의 콘크리트를 확보할 수 있게끔 돕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이 꿈꾸는 진정한 콘크리트 유토피아
콘크리트 기술은 이천 년 역사와 함께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보다 콘크리트 개발에 진심인 현대건설 역시 더 나은 품질의 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 개발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현대건설의 콘크리트 전문가 그룹은 국내를 넘어 세계를 선도하며, 신소재 발굴 및 기술 융합, 관련 전문가 영입, 글로벌 선도기업과 협력 등을 통해 고기능성 재료 개발과 시공기술 혁신을 주도하며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만들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