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도로 위에서 그대로 순간 이동하고 싶다는 생각, 한 번쯤 해보셨죠? 이런 꿈같은 일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총알처럼 쏘는 열차, 하이퍼루프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세계 각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하이퍼루프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 최초로 하이퍼루프의 튜브 개발을 시작했는데요. 아직 조금 낯설 수 있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만나게 될 하이퍼루프와 관련 기술을 살펴보겠습니다.
◆ 현실로 성큼 다가온 꿈의 열차, 차세대 초고속 이동수단 하이퍼루프
인류의 교통수단은 선박, 철도, 자동차, 비행기 순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지금도 이용하고 있는 교통수단들입니다. 1세대 교통수단인 선박은 먼 곳까지 대량 수송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속도가 느리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택시, 버스 같은 자동차는 접근성이 좋지만, 배기가스로 인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되고 있어, 요즘은 전기나 수소를 이용한 자동차가 나오고 있죠. 비행기는 먼 곳을 이동하기에 가장 좋지만, 접근성이 낮고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차세대 교통수단의 조건을 정리할 수 있는데요. 기존 교통수단보다 더 빠르고 안전할 것, 날씨의 영향에서 자유롭고,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동력을 이용하면서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자기부상열차, 스카이카, 자율주행차, 하이퍼루프 등입니다. 그중에서도 하이퍼루프는 모든 조건을 갖춘 대표적인 미래형 모빌리티로 손꼽힙니다. 하이퍼루프는 IoT(사물인터넷) 개념의 운행 및 제어 기술, 자기부상 관련 기술, 튜브 및 인프라 구축, 캡슐 차량 설계 기술 등 많은 분야의 기술이 결합된 차세대 교통수단입니다.
◆ 기차처럼 생겼지만, 비행기보다 빠른 하이퍼루프
하이퍼루프는 2013년,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가 언급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초음속을 뜻하는 ‘하이퍼소닉’의 ‘하이퍼(Hyper)’와 순환고리를 뜻하는 ‘루프(Loop)’의 합성어로, 터널처럼 생긴 진공 튜브에 캡슐(Pod) 형태의 차량이 움직이는 운송 수단을 말합니다.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빠른 속도입니다.
[ 일론 머스크의 하이퍼루프 여객 운송 캡슐 개념 디자인 스케치 <출처: 테슬라 모터스 블로그> ]
진공에 가까운 아진공(0.001 기압) 상태의 튜브는 바닥에 자석을 장착해 자기장이 흐르도록 만드는데요. 같은 극끼리 밀고 다른 극끼리 끌어당기는 자석의 원리를 이용해 추진력을 얻습니다. 마치 지상을 달리는 열차보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낮은 공기·마찰 저항으로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듯이 아진공 상태의 하이퍼루프도 이 원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비슷한 원리로 자석의 같은 극끼리 미는 힘을 이용해, 바퀴와 레일 사이의 마찰 저항을 줄인 자기부상 열차도 공기 저항까지는 줄일 수 없었죠.
하지만 이 두 가지 저항을 모두 뛰어넘은 것이 바로 하이퍼루프입니다. 하이퍼루프의 최고 속도는 시속 약 1220km 정도인데, 차로 약 7시간 걸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의 거리를 30분 만에 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로 2시간 반 가량 걸리는 거리를 20분 만에 주파할 수 있습니다.
전력은 외벽을 감싼 태양광 패널을 통해 얻기 때문에 탄소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요즘 같은 기후 위기 시대에 하이퍼루프가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 하이퍼루프 개발, 어디까지 왔을까?
현재 하이퍼루프는 미국의 여러 기업을 비롯해 캐나다와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등 많은 나라에서 활발하게 개발하고 있습니다. 열차가 사람을 태우고 날아가는 일이, 더 이상 공상과학이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 주고 있는데요. 미국의 버진 하이퍼루프(Virgin Hyperloop)는 2020년 자사 임원 두 명을 태워 하이퍼루프 시범 운행에 성공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죠. 0.5km의 트랙을 172km/h의 속도로 6.25초로 완주하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 2020년 11월, 미국 버진 하이퍼루프(Virgin Hyperloop) 하이퍼루프 테스트의 한 장면(사진 출처: youtu.be/xKvbSboQ5_g ) ]
미국의 하이퍼루프 티티(HyperloopTT)도 하이퍼루프가 운행될 정거장과 터널 등의 디자인을 공개한 바 있으며, 네덜란드의 하트(Hardt)도 국제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하이퍼루프 연구 개발에 참여 중입니다. 이렇게 여러 기업들이 하이퍼루프 상용화를 목표로 매진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국토교통부는 올 4월 '하이퍼루프 개발과 운영 로드맵 연구용역'에 대한 사전 규격 공고를 내고, 정식 프로젝트 진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라북도 새만금에 2032년까지 9000억원 규모의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 시험선로(총 12km) 구축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향후 이곳에서는 시험 선로 건설, 하이퍼루프 실증 및 연구 등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관련 기업 유치로 향후 20년간 총 9조원이 넘는 경제적 효과도 기대됩니다.
국책기관에서도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일론 머크스의 발표보다 4년 앞선 2009년에 하이퍼튜브(HTX: Hyper Tube eXpress)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또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초고강도 콘크리트인 UHPC(Ultra High Performance Concrete)를 이용한 테스트 튜브를 구축했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도 하이퍼루프의 아진공, 아음속, 통신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 역시 민간 건설사 최초로 하이퍼루프의 핵심 기술이 될 기밀 튜브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그 첫 단추가 될 ‘하이퍼크리트(Hypercrete)’는 초고성능 기밀 튜브 신재료로,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았습니다.
◆ 하이퍼루프의 기밀성능을 높인 현대건설의 기술력
전문가들은 하이퍼루프 튜브 제작의 핵심기술, 즉 기밀성능(공기가 통하지 않고 외부 기압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정도)을 확보하는 것이 관련 시장을 선점하는 길이라고 얘기합니다. 차량이 지나는 튜브의 공기 유입을 막아, 공기·마찰 저항을 0에 가깝게 만드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서는 기밀성능을 높일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대건설은 하이퍼루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술연구원 내에 담당 파트를 두고 연구를 거듭한 결과, 올 7월 튜브의 기밀성능을 높일 수 있는 신개념 초고성능 콘크리트의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탄생한 하이퍼크리트는 하이퍼루프의 ‘하이퍼’와 콘크리트의 ‘크리트’를 합한 이름입니다. 보통 하이퍼루프의 튜브는 콘크리트보다 강도가 4~5배 높은 UHPC(Ultra High Performance Concrete)를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하는데요. UHPC는 시공성과 경제성이 뛰어나지만, 해외에서 주로 사용하는 강재(강철) 대비 기밀성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건설은 기밀성능을 높이기 위해 UHPC와 다른 신소재 개발에 힘을 쏟았습니다.
◆ 세계 최초! 그래핀과 글래스버블을 활용한 초고성능 하이퍼크리트
하이퍼크리트는 UHPC보다 인장 강도(끌어당길 때 견뎌내는 힘)와 수밀성(물의 침투와 흡수를 막는 성질)이 향상되어 보다 더 견고한 튜브를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공극률(재료 전체 부피에서 빈틈이 차지하는 비율)은 30% 이상 감소하여 기밀성은 더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성능 향상의 비밀은 그래핀과 글래스버블에 있습니다.
그래핀은 극도로 작은 나노(1/10억)미터 크기로 이루어진 탄소 물질을 말하는데요. 육각형 벌집 모양의 결정 구조로 되어 있어 얇고 가벼우면서 강도와 내구성이 매우 우수합니다. 그리고 글래스버블은 밀도는 낮으면서 강도는 높은 마이크로(1/100만)미터 크기의 유리 성분 재료인데, 아주 작은 물방울 형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핀은 강도와 내구성을 높여 주는 장점이 있지만, 극도로 미세하기 때문에 물과 혼합했을 때 수분과의 흡착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러면 콘크리트의 점성이 높아져 끈끈해지기 때문에 작업하기 어려운 상태가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하는 것이 바로 글래스버블인데요. 밀가루 반죽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우유나 식용유 같은 것을 첨가하는 것처럼, 글래스버블 덕분에 작업하기 좋은 상태에서 내구성과 기밀성까지 향상되는 마법이 펼쳐지게 되는 거죠. 이처럼 하이퍼크리트는 그래핀과 글래스버블의 조화가 만들어낸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하이퍼크리트는 관리가 보다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UHPC는 80kg 이상의 실리카흄(실리콘 제조 시 발생하는 규소 부산물의 초미립자 혼화재)이 들어가야 성능이 발휘되기 때문에 사일로(시멘트, 골재 등의 저장고)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하이퍼크리트에 사용되는 그래핀과 글래스버블은 약 2~3kg만 첨가하면 되기 때문에 별도의 사일로가 필요 없어 경제적이고, 대량 생산과 품질 관리에 더 유리합니다.
또한 하이퍼크리트는 하이퍼루프의 튜브 외에 다양한 구조물에도 활용 가능합니다. 뛰어난 내구성을 자랑하기 때문에 고도의 차폐 성능을 요하는 소형원자로(SMR) 격납벽체는 물론, 폭발 등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방호시설, 미리 제작한 구조물을 물 속에 가라앉혀 짓는 침매터널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 경쟁력이 매우 높습니다.
현대건설은 하이퍼크리트의 정교한 보완을 위한 추가적인 연구와 개발을 진행 중인데요. 몇 년 뒤면 구축될 새만금의 하이퍼루프 종합시험센터와 여러 특수 구조물에서 그 성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현대건설이 함께 이루는 미래 이동 수단의 꿈
차세대 초고속 이동 수단, 하이퍼루프. ‘차세대’라는 단어에는 탄소중립, 친환경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빠르고 편리한 것을 우선하던 산업화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심각한 기후 위기를 가져왔기에, ‘초고속’에 ‘친환경’이 더해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탄소 배출이 없는 초고속 하이퍼루프는 미래형 모빌리티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 역시 이러한 시대 흐름에 발맞춰 친환경 건설 재료와 리사이클링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과 MOU 체결, 꾸준한 연구 등을 통해 하이퍼크리트의 고도화는 물론 하이퍼루프 미래 시장 선점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단시간에 도시를 넘어 다른 대륙으로 이동할 수 있는 하이퍼루프가 우리에게 실현 가능한 꿈이 되듯, 그 꿈이 지나가는 길에 현대건설의 우수한 기술력을 담아, 보다 나은 미래를 한 걸음 더 앞당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