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하면 어떤 공간이 떠오르나요?
삭막하고 차가운 이미지였던 병원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자연과 어우러진 친환경 병원부터 몸과 마음의 온전한 치유를 위한 힐링 공간, 그리고 첨단 의료 시설로 편안한 치료가 가능한 환경 조성까지. 건강한 삶과 치유의 동반자 ‘병원’, 그 중심에 현대건설이 있습니다. 21세기 병원 건축의 대표주자, 현대건설이 지은 병원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합니다.
[ 싱가포르 쿠텍푸아트 병원 ]
우리가 아플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병원. 환자를 치료하는 데 필요한 설비를 갖춘 병원은 없어서는 안 될 주요 사회 인프라 중 하나입니다. 19세기 초 병원은 지금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치료의 목적보다는 갈 곳 없는 환자를 수용하는 것에 더 의미를 둬 유럽에선 수녀원이 환자 수용소를 겸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병원 환경에 반기를 든 것은 ‘백의의 천사’라 불리는 ‘나이팅게일’이었습니다. 그녀는 침대 배치를 바꾸거나 창문을 설치하는 게 환자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는데, 실제로 공간에 변화를 주자 눈에 띄게 환자의 상태가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자연스러운 인식의 변화와 함께 병원의 모습도 진일보했습니다. 환자 치료라는 기본적인 기능을 극대화 시키는 공간 구성은 물론, 찾는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감까지 더할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인데요. 현대건설은 1971년 용산 미군 제121후송병원을 시작으로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싱가포르 쿠텍푸아트 병원, 카타르 하마드 메디컬 시티 등 국내외 46여 개의 프로젝트를 시공하며 병원 건축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금까지 현대건설이 수행한 병원 프로젝트,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라크 대표 병원으로서의 명성을 이어나가다
이라크 메디컬 복합시티 (1986년)
1980년 7월에 수주한 이라크 메디컬 복합시티(Medical City Complex)는 현대건설 최초의 해외병원 건축일 뿐 아니라, 대규모 의료단지 조성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당시 이라크는 경제개발계획의 일환으로 2005년까지 바그다드 시내에 최첨단 의료단지를 건설하는 이른바 ‘2005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는데요. 현대건설은 이 가운데 3억 2700만 달러에 달하는 2단계 공사를 따냈습니다. 당시 이 금액은 ‘중동 10대 계약’에 꼽힐 정도로 규모가 커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현대건설은 1000여 개 병상 20층 규모의 외과병동을 비롯해 소아과 병동, 일반 병동, 청각 병동 및 부대 병동 등 총 9개 병동을 지었습니다. 메디컬 복합시티는 이라크 국민뿐 아니라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연합군의 핵심 병원으로 사용하는 등 이라크 최고 병원으로서의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휴먼스케일 설계로 친근감을 더하다
서울아산병원 (1989년)
[ 사진제공: 서울아산병원 ]
정주영 선대회장이 1977년에 설립한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우리 사회의 가장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는 이념을 바탕으로 의료 취약지역에 우수한 의료진과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종합병원을 세우기 시작했는데요. 현대건설은 1978년 정읍을 시작으로 보성아산병원(1978년), 보령아산병원(1979년), 영덕아산병원(1979), 서울아산병원(1989년) 등을 지으며 병원 인프라 조성에 앞장섰습니다. 그중에서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서울아산병원은 환자, 방문객 등 모두가 의료공간에 친근감을 가질 수 있도록 여유로운 녹지 공간과 휴먼스케일*에 중점을 둔 설계가 특징입니다. 서울아산병원은 당시로는 낯설었던 예약, 진료, 입원, 퇴원 등 전 과정을 컴퓨터로 처리하는 의료 정보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현대건설은 서울아산병원 서관을 시작으로 동관(1995), 신관(2008)을 모두 건설하며 우리나라 의학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병원을 탄생시키는데 일조했습니다.
*휴먼스케일: 신체의 크기에 맞춰 공간의 모든 요소를 결정하는 것으로, 사물 혹은 공간이 사람에게 주는 크기의 감각을 일컫는 말입니다.
탁 트인 아트리움이 선사하는 편안함
분당 서울대학교병원 (2003년)
현대건설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서울대병원의 신축 공사(1994년)와 리모델링 공사를 맡아 시공했는데요. 그때 쌓인 신뢰가 2003년 분당 서울대학교병원의 건설로 이어졌습니다. 1990년대 분당 신도시가 생기면서 지역 주민의 의료 혜택을 위해 설립된 분당 서울대학교병원은 당초 노인 전문 병원으로 개원하려고 했는데요. 최첨단 IT 의료시설을 갖춘 종합병원으로 방향을 바꿔 현재 800여 개 병상, 일평균 3000여 명의 환자가 내원하는 대규모 국가중앙병원이 됐습니다. 종이, 차트, 필름이 없는 최초의 디지털 병원으로, 의료 영상 전달 시스템, 전자의무기록 등 진료정보시스템을 구축해 국내 최초로 미국의료정보학회로부터 의료기관 정보화의 최고 단계인 7단계 인증을 받았습니다. 병원 중앙 로비의 아트리움은 분당 서울대학교병원의 상징이자 공연이 열리는 문화공간이 됐는데요. 현대건설이 자연채광을 고려해 만든 이 공간은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외래진료부의 각 과별로 대기공간을 별도로 두는 구조로, 동선을 분리해 환자의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친환경 설계로 ‘자연 치유력’을 높이다
싱가포르 쿠텍푸아트 병원 (2010년)
싱가포르 도심지에서 20㎞ 떨어진 이슈운 지역. 이곳에는 고층 건물로 빽빽한 도심과 달리 호수와 숲이 어우러져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지는 쿠텍푸아트 병원이 있습니다. 2008년 쿠텍푸아트 병원 공사를 수주한 현대건설은 설계, 자재를 비롯해 다양한 친환경 요소를 적용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자연채광, 반사광을 실내로 유입해 태양열에너지의 사용을 높인 점입니다. 또한 수술실에서 반출되는 차가운 공기를 중정으로 돌려 공기를 재활용하고, 열펌프를 설치해 폐열을 활용하는 등 친환경 기술을 접목시켰습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싱가포르 건설부가 주관하는 ‘유니버설 디자인 어워드’에서 최고 등급인 골드 수상, 세계 3대 친환경 인증제도인 ‘BCA 그린마크’에서 최상위 등급인 플래티넘을 획득했습니다.
한편, 싱가포르에서 3번째로 큰 병원인 쿠텍푸아트 병원이 북부 이슌 지역 주민 100만 여명의 의료를 책임진다면 싱가포르 동부 지역에는 창이병원이 있습니다. 창이병원은 또한 현대건설이 1996년에 준공한 것으로 현재까지도 신경외과 및 정형외과 분야 세계 최고의 전문 병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고급스러움과 안락함이 돋보이는 호텔식 병원
카타르 하마드 메디컬시티(2016년)
의료 시설이 열악한 카타르에 최첨단 병원을 건설하며 의료 서비스 증진에 기여하고 있는 현대건설. 그중에서 하마드 메디컬시티는 연면적 17만8000㎡에 달하는 대규모 의료 단지 조성 사업이었습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당시에 사용된 건물을 병원 시설로 개조하는 까다로운 작업으로, 최신식 의료 장비를 설치하고 호텔과 같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주목받았는데요. 단순도급 형태의 건축 시공과 달리 엔지니어링 능력과 기술력이 돋보이는 고급 설계 덕분에 현대건설은 카타르의 여러 병원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청소년의 심신 안정에 도움을 주는 설계, 인테리어에 초점을 둔 알마하 병원(2021년)과 여성병원을 리모델링해 외과전문의센터로 탈바꿈 시킨 여성병원 리모델링 공사(2021년)가 대표적입니다. 또한 간호 전문 병원인 하마드빈칼리파 메디컬시티 SNP(2022년)는 건물 내부에 리프트, 브리지 등 이동 편의 시설을 늘려 환자·의료진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등 진화하는 병원 건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한산 자락에 조성된 치유의 공간
은평성모병원 (2019년)
현대건설은 서울성모병원, 성바오로병원, 부천성모병원, 은평성모병원 등 4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톨릭대학교 병원과 인연을 맺어왔습니다. 그 중에서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은평성모병원은 건립 전부터 서울 서북부 지역 최대 규모의 병원으로 기대를 모았는데요. 병상수가 800여 개로 단일 건물 병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성모병원과 견줄 만합니다. 특히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장점을 활용해 주변 녹지를 살리고, 병원 2층에 약 2644㎡ 규모의 ‘치유의 숲’을 조성해 환자와 보호자들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돕습니다. 환자의 몸과 마음을 모두 치유한다는 은평성모병원의 모토를 담은 공간이죠. 환자 중심의 시스템은 병원 곳곳에 적용됐는데요. 자연 채광을 구현한 온도조절형 LED 조명, 녹지를 구성한 대기공간, 장벽 없는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시설, 환자 편의를 고려한 짧고 쉬운 이동 동선 등 세심한 설계가 돋보입니다. 또 국내 최대 의료 네트워크를 가진 스마트 병원답게 음성인식 시스템, 중앙 판독 시스템, 인공지능 회진 로봇 등 최첨단 의료 환경을 구현했습니다. 친환경에 진심인 은평성모병원은 국내 대학병원 최초로 건축물 에너지 효율 1등급과 녹색 건축 인증 등급을 획득하기도 했습니다.
의료 4차 산업을 이끌 미래형 병원
고대안암병원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 (2023년 완공 예정)
30여 년 전, 고대안암병원을 준공하며 고려대학교의료원과 인연을 맺은 현대건설. 고대안암병원의 숙원사업이었던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 시공을 위해 2017년 다시 만났습니다.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는 진료 및 연구역량을 집약한 R&D센터,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 서비스 등 앞으로 다가올 의료 4차 산업혁명을 이끌기 위해 꼭 필요한 의료기관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본관 앞에 새 건물을 증축하고, 본관과 연결로를 확보해야 하는 공사이기 때문에 여타 신축공사와는 성격이 달랐습니다. 현대건설은 특히 환자와 내원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뒀는데요. 부지의 바위 동산을 제거하기 위해 가장 안전한 발파 방법을 모색하고 소음, 분진을 최소화하는 공법을 적용하는 등 안전 시공에 힘을 썼습니다. 현대건설은 2020년, 1-1차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그 성과를 인정받아 후속 공사인 1-2차 프로젝트까지 따냈습니다. 현재 1-2차 프로젝트는 상반기 준공을 앞두고 있는데요. 향후 이곳은 IoT 사물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시스템부터 의료에서 적용 가능한 각종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구현되는 최첨단 의료시설로 발돋움 할 예정입니다.
‘벽 없는 병원’을 꿈꾸다
홍콩 유나이티드 크리스천 병원 (2025년 완공 예정)
1973년에 설립된 유나이티드 크리스천 병원은 홍콩 구룡반도 쿤통 지역의 유일한 병원으로 홍콩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병원 중 하나입니다. 병원의 모토인 ‘벽 없는 병원’을 구현하고, 첨단 의료 서비스를 위해 기존의 노후화된 시설 철거 및 확장 공사를 결정했는데요. 총 공사 금액만 약 1조 4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공사로, 현대건설은 그중 4200억원에 해당하는 공사를 따냈습니다. 미래 첨단 병원에 부합하는 차별화된 설계와 공법을 제시하고, 현지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 것이 16년 만에 홍콩 재진출을 가능하게 했죠.
유나이티드 크리스천 병원은 획일화된 건물이 아닌 트윈타워 구조로 차별성을 뒀는데요. 현대건설은 두 개의 건물을 스카이브릿지로 연결해 시각적 효과는 물론 건물 간 이동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모두 고려했습니다. 2025년 병원이 완공되면 암 환자의 모든 치료를 원스톱으로 책임지는 종양학 센터, 첨단 의료 시설 구축 등 한 단계 높아진 의료 서비스로 홍콩 최고의 병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