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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①] 도시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 스마트 시티 편

2022.10.21 5min 19sec

‘문명을 만드는 기술’로 불려온 건설은 사회의 존속과 발전 가능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핵심 역량과 기술은 어떠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까요? 현대건설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의 시선을 통해 이를 진단해보는 칼럼을 기획 연재합니다.



도시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 스마트 시티 편



도시라는 발명품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도시의 승리>라는 책을 통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도시’라고 단언했습니다. 바퀴, 화약, 금속활자의 발명도 인류문명에 큰 도약을 가능케 했지만 결국 그 모든 기적이 펼쳐지고 활약한 바탕에는 도시라는 종합적인 플랫폼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가장 편리하고 매력적인 삶은 도시 안에서 벌어집니다. 77억 명의 인구 중 50%가 넘는 숫자가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도시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한정된 땅에 사람이 모이다보니 집값이 상승하고, 범죄와 전염병에도 노출됩니다. 도시는 언제나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으로 인해 그 모습이 변화합니다.


도시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 스마트 시티 편


오스만 남작에 의해 주도적으로 도시가 정리된 파리의 풍경(上)과 건축가 렘 콜하스가 제안한 포인트 시티 구상도(下) 등 도시는 다양한 상상으로 진화를 겪어왔습니다

[ 오스만 남작에 의해 주도적으로 도시가 정리된 파리의 풍경(上)과 건축가 렘 콜하스가 제안한 포인트 시티 구상도(下) 등 도시는 다양한 상상으로 진화를 겪어왔습니다. ]


19세기 중반 파리는 시장이었던 오스만 남작이 펼친 대대적인 도시정비사업으로 세련된 도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일직선으로 뻗은 대로가 국가적인 *모뉴먼트(monument)를 초점으로 모이는 효율적인 형태가 나타나고, 쾌적해진 도로 환경으로 교통과 상권이 발달한 것은 물론 전염병 통제도 가능해졌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실제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과감한 상상이 돋보이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파격적인 건축을 선보인 건축가 렘 콜하스(Rem Koolhaas)는 국토 중심부에 그린벨트를 설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주요 도시들이 흩어진 네덜란드 기존의 도시계획 대신 그레이벨트로 도시를 모두 통합하는 포인트 시티(point city)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도시는 창작의 결과인 동시에 과감한 상상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다양한 진화를 겪어왔습니다.

* 모뉴먼트: 기념적인 목적을 위해 제작된 공공 조형물 또는 상징물을 뜻합니다.



도시는 어떻게 똑똑해질까


도시는 어떻게 똑똑해질까


최근 도시와 관련해 가장 뜨거운 논쟁은 바로 스마트 시티입니다. ‘역사 도시’, ‘산업 도시’, ‘친환경 도시’와 같은 명칭은 직관적으로 파악되는데, 도시가 스마트하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뜻일까요? 이미 2008년에 등장했던 ‘유비쿼터스 도시(U-시티)’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스마트 시티를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도시 기반시설 전반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시켜 시민들이 생활에서 마주치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인터넷을 자유자제로 활용하고, 반 자율주행 차량이 운행되는 현재의 일상이 이미 스마트 시티의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최신 스마트폰은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전파가 닿지 않는 곳에서도 위성통신에 접속해 자동적으로 응급 메시지를 전달하기까지 합니다. 


현대차의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셔클 사진=현대차

[ 현대차의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셔클', 사진=현대자동차 ]


인프라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계층을 위한 사례도 있습니다. 영종국제도시에 현대자동차 컨소시엄이 운영하는 수요응답형 버스는 호출한 사람의 위치와 탑승자의 목적지에 따라 경로를 조정합니다. 지하철이나 택시와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지난해 12월에는 하루 평균 532건의 호출이 요청되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시범사업과 시민들의 피드백은 귀중한 데이터로 가치를 지니며, 인공지능 분석을 바탕으로 사업의 수정 보완으로 이어집니다. 2013년까지 실시했던 U-시티 시범사업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던 데에는 시민들의 요구에 무심했던 점이 무엇보다 컸는데요, 스마트 시티는 당시의 실패를 교훈삼아 시민들의 니즈에 관심을 기울이고 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합니다. 여기에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 기존에 없던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공지능이 네트워크의 흐름을 예측하고 제어하는 첨단기술을 선보입니다.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사고나 재난 정보를 알려주거나, 청정에너지로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처럼 스마트시티는 이제 우리의 시야를 벗어난 곳에서도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필요에 따라 언제든 접속과 활용이 가능한 곳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K-스마트시티


도시지능화 선도도시 순위 (서울이 1위)


우리나라도 스마트 시티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종과 부산에 시범도시가 지정되기도 하고, 대구와 시흥이 다양한 연구를 검증할 수 있는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스마트 시티 개발을 위한 협력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신도시 마스터플랜을 짜는 것부터 인터넷 네트워크, 배수 시스템, 폐기물 관리, 주차 서비스, 안전관리 통합플랫폼과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해외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사실 해외에서 대한민국을 눈여겨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실제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연세대학이 공동으로 발간한 ‘2022년 스마트 도시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 시티를 지향하는 전 세계 도시를 대상으로 ▶서비스 혁신성 ▶도시 개방성 ▶도시 지능화 ▶지속 가능성 ▶인프라 통합 ▶도시 혁신성 ▶협력적 파트너십 ▶스마트도시 거버넌스라는 8가지 항목으로 평가한 결과 대한민국은 서울, 부산, 인천 3개 도시가 ‘도시 지능화’ 선도 도시에 선정될 정도로 높은 경쟁력을 검증받고 있습니다. 


‘15분 도시’ 개념이 적용된 런던 뉴엄 자치구 전경

[ ‘15분 도시’ 개념이 적용된 런던 뉴엄 자치구 전경 ]


스마트 시티 개발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개발도상국에서 선호하듯 완전히 새로운 도시를 구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럽과 같은 선진국처럼 기존의 물리적 환경을 가급적 건드리지 않는 경우입니다. 런던 중동부의 뉴엄(Newham) 자치구는 저소득층을 위해 ‘15분 도시’라는 개념을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새롭게 건물을 짓지 않고 비어 있는 지자체 건물들을 공유하는 이 전략은 한 장소에 여러 기능을 수용해 사람들이 굳이 멀리까지 가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주축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삶의 반경이 좁아지면 사람들이 차량을 이용하는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탄소배출이 줄어들고, 주민들이 서로 만나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건강한 관계가 형성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면, 단기간에 압축 성장했던 저력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다양한 신도시 계획을 수립하며 선진국이 갖지 못했던 경험을 축적해왔습니다. 인터넷망이 발달하고 현대인의 필수품인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몇 안 되는 국가인 점도 도시의 변화를 가속시켰습니다. 특히 현대건설은 ‘한강의 기적’이라 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대부분 참여했으며, 70년대 중동 개발을 시작으로 총 62개국 873개 사업에 참여하며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지능형 교통제어 시스템(ITS)을 적용한 영동 제2고속도로나 사물인터넷을 결합한 아파트를 시공하며 인프라, 건축, 에너지, 플랜트 전 분야에서 신도시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현재 다양한 국가에서 러브콜을 받는 이유입니다.



이동성이 바꾼 미래 도시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 6. 르 코르뷔지에는 자동차를 건축이 닮아야 할 이상적인 대상으로 여겼습니다. 사진=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 6. 르 코르뷔지에는 자동차를 건축이 닮아야 할 이상적인 대상으로 여겼습니다. 사진=현대자동차 ]


토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세계 3위 자동차 생산을 자랑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이라는 점 또한 현대건설이 가진 강점입니다. 자동차로 대표되는 이동성(mobility)은 미래 도시 풍경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핵심요소 중 하나입니다. 1925년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는 파리의 중심부에 18개의 고층 타워를 짓고, 78,000명이 거주하는 *부아쟁 계획(Plan Voisin)을 발표했습니다. 거주 밀도를 끌어올린 아파트 덕분에 넓게 펼쳐진 녹지에서 여유로움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조감도는 현재 서울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차량과 사람의 흐름을 층을 따라 엄격하게 구분하고, 개인 경비행기로 출퇴근하는 사람을 위해 활주로를 가까이 하고 있다는 정도입니다. 새로운 주거 형식과 그로 인한 도시 풍경을 촉발한 것은 자동차였습니다. 특히, 르 코르뷔지에는 자동차를 건축이 닮아야 할 이상적인 대상으로 여겼는데 작은 몸체 안에 주택이 제공하는 모든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으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 또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가 1935년에 발표한 도시 계획안 ‘*브로드 에이커 시티: 새로운 공동체 계획(Broadacre City: A New Community Plan)’에는 모두가 자동차를 소유하며, 드론과 같은 비행체를 택시처럼 이용하는 혁신적인 제안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부아쟁 계획(Plan Voisin): 현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가 1920년대에 제안한 파리 도시계획안. 기존의 중근세 시대의 건물을 모두 허물고 그 자리에 초현대적인 고층 건축들을 세워 300만까지 살 수 있는 도시를 설계했습니다.

*브로드 에이커 시티: 새로운 공동체 계획(Broadacre City: A New Community Plan): 미국의 근대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1935년 제안한 새로운 공동체사회 계획안으로 자동차, 전기통신, 공장생산이 보편화된 새로운 자급자족 경제체계를 표방해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동성이 바꾼 미래 도시


어느덧 시간은 흘러 자율주행차량이 다양한 제어기술을 선봉이고 있는 미래의 시기가 도래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건축가, 도시계획가, 산업디자이너들은 도시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매연을 뿜지 않는 자동차가 집 내부로 편입해 공간의 일부가 되는 아이디어는 주차공간을 위해 비워야만 했던 상당한 영역을 재편할 수 있도록 해 새로운 도시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이 외에도 교통의 발전은 주차장, 정류장, 건널목, 신호등, 주유소 등 많은 대상을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바꿔놓을 것입니다. 정말로 이렇게 바뀌려나 싶은 계획들을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분명한 것은 인류 문명의 위대한 발명품인 도시는 또 한 차례 큰 도약을 앞두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K- 미래도시’선도 모델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


현대건설이 지난 5월 민간사업자 공모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이하 EDC)’는 오랜 도시들의 고질적인 문제를 혁신기술로 개선한 또 다른 미래도시의 해법이 될 예정입니다. 부산은 서울보다 넓은 753.2㎢ 규모에 333만 명이 넘는 인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제2의 도시입니다. 그러나 인구수에 비해 교통과 생활환경 등 도시기반이 취약하고 도시 내 불균형도 심각합니다. EDC는 부산시 강서구 일원을 교육‧문화‧관광‧예술이 어우러진 도시로 재건하는 프로젝트로 3.8km의 수로를 조성해 도시를 연결하고 첨단 모빌리티‧로봇기술 등을 적용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특히, 삶의 가치를 더하는 10대 혁신기술 분야(▶로봇기반 생활혁신 ▶배움-일-놀이 융합사회 ▶도시행정∙관리 지능화 ▶스마트워터 ▶제로에너지도시 ▶스마트교육&리빙 ▶스마트 헬스케어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안전 ▶스마트공원)를 도입할 계획이며, 현대건설은 EDC 내 스마트시티 선도지구 내에서도 주거‧상업‧문화시설 조성을 포함한 설계 및 시공관리 전반을 담당하게 됩니다. 현대건설은 다양한 스마트시티 관련 기술과 시공 노하우를 인정받으며 국내뿐 아닌 해외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는데요, 지난 6월에는 서울 44배에 이르는 세계 최대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인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NEOM City)의 공사구간을 일부 수주한데 이어, 8월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베트남 하노이 남부에 위치한 하남 친환경 스마트 신도시((Ha Nam Eco-Smart Urban Living Tomorrow City)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등 적극적인 글로벌 행보 또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편리한 인프라와 생활공간 뿐만 아니라 수소‧태양광‧해상풍력‧원자력 등 다양한 에너지 솔루션을 보유하고 *UAM 등 미래 모빌리티사업에도 경쟁력을 보유한 현대건설. 향후 현대건설이 만들어갈 새로운 도시의 변화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UAM: Urban Air Mobility의 약자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도심 항공 이동수단을 뜻합니다.



글. 배윤경

건축가 배윤경은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네덜란드 베를라헤 인스티튜트(Berlage Institute)를 졸업했습니다. 현재 연세대학교와 단국대학교에서 건축 설계와 이론을 강의하고 있으며, 오기사디자인 소속으로 여러 미디어에 건축 관련 글을 쓰고 강의도 합니다. 저서로 <암스테르담 건축기행>, <DDP 환유의 풍경>, 아모레퍼시픽의 <New Beauty Space>, 현대카드의 <The Way We Build>가 있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현대건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현대자동차 / 인포그래픽=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