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으로 떠나는 당신에게

2021.08.20 0min 12sec

‘휴가는 어디로 가?’라는 한여름의 안부 인사로 여기던 말조차 쉽사리 건넬 수 없게 된 요즘. 비록 해외의 근사한 리조트나 밤하늘을 수놓는 폭죽이 터지는 축제의 현장을 즐기진 못하더라도 우리에겐 여름을 즐겨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 어디도 아닌 ‘여름’으로 떠나는 당신에게, 그곳이 어디든 ‘편히 쉴 수 있는 곳’에서 읽기 좋을 책을 소개합니다.



책표지_수박수영장


수박 수영장

안녕달│창비

따뜻하고 깊은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매번 감동을 선사하는 안녕달 작가가 쓰고 그린 첫 번째 그림책입니다. 햇빛이 쨍쨍한 여름이 되면 엄청나게 큰 수박이 ‘쩍’ 하고 반으로 갈라집니다. 수영장으로 변신한 수박 안에서,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시원한 여름을 즐긴다는 귀여운 상상력이 돋보입니다. 책을 넘기면 청량한 수박의 색감과 아이들의 웃음소리, 시원하게 내리는 소나기, 붉게 타오르는 노을, 여름밤의 반딧불이까지 시골 마을의 여름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합니다. 특히 이 책에서는 나이, 성별, 장애 등 어떠한 편견과 구별 없이 모두 함께 어우러져 다정한 시간을 보냅니다. 색연필로 그려낸 몽글몽글하고 보드라운 색감처럼 이웃에 대한 따뜻하고 포근한 애정이 느껴지는 그림책. 다정한 시선이 그리운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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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휴가책

에디터스│니들북

디렉터, 작가, 디자이너가 모여 만든 콘텐츠기획집단 에디터스가 '이번 휴가 때 뭐하지?'라는 질문에 아주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여행자의 감성으로 엮어낸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여행 놀이책을 만들어낸 것이죠. 전 세계의 대표 여행지와 여행 중에 벌어지는 각종 에피소드를 컬러링 · 미로찾기 · 숨은그림찾기 · 틀린그림찾기 · 사다리타기 · 따라그리기 등 다양한 놀이로 구성해 담았습니다. 각양각색 개성을 가진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작업했기 때문에 시각적인 즐거움을 다채롭게 누릴 수 있습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고이 접어두고 시원한 에어컨 아래 우리 집 소파 위를 휴가지로 정했다면, 함께 휴가를 즐길 귀여운 동반자로 『나의 휴가책』을 준비해 보자. 지난 여행의 기억을 추억하고 다음의 여행을 기대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흘러 있을 것입니다.



책표지_아무튼여름


아무튼, 여름

김신회│제철소

아무튼 시리즈의 서른 번째 책. 소소하고 다정한 글로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는 김신회 작가가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계절인 '여름'에 대한 이야기를 한데 묶어 놓았습니다. 맥주, 머슬 셔츠, 수영, 냉면, 대나무 돗자리, 여름휴가, 전 애인까지. 마치 여름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같습니다. 여름의, 여름에 의한, 여름을 위한 글들을 읽고 있으면 여름이라는 계절의 감각이 생생하게 피부로 와 닿습니다. 단순히 여름을 계절이 아니라, 여름과 함께한 누구보다 젊고 담대하며 치열했던 지난날의 '나'를 발견하는 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진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라는 책의 부제처럼 팬데믹 장기화에 폭염까지, 유쾌하지 못한 낯선 여름일지라도 너그러이 보낼 마음의 여유를 선사할 책입니다.



책표지_지구인만큼지구를사랑할순없어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정세랑│위즈덤하우스

이 시대 가장 사랑받는 소설가 정세랑의 첫 에세이! 여행을 싫어하기로 유명한 작가가 어쩌다 보니 뉴욕, 런던, 독일로 떠나게 된 여행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좋아하지 않는 여행에서조차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해버리고 마는 이 사랑스러운 지구 여행자의 기록에서, 지구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책은 유명인의 추천사가 아닌 책을 읽은 독자들의 추천사가 실려 있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독서가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여행'임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유랑을 싫어하는 사람도 떠나고 싶은 요즘, 어쩌면 가장 필요하고 희망적인 여행 에세이가 아닐까요.



책표지_팥빙수의전설


팥빙수의 전설

이지은│웅진주니어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가 찾아오면 절로 생각나는 팥빙수. 팥빙수에 대한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팥죽할멈과 호랑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처럼 호랑이가 등장하는 옛이야기에서 영감을 얻고, 그 위에 신선한 발상과 기막힌 반전들을 가득 얹어 눈을 뗄 수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한여름에 눈이 내리는 풍경이나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하고 외치지만 하나도 무섭지 않고 귀엽기만 한 눈호랑이, 무심한 듯하지만 누구보다 용감하고 유머가 넘치는 할머니의 모습까지. 지금 당신이 먹고 있는 '팥빙수의 전설'이 궁금하다면 망설이지 말고 이 그림책을 열어보세요. 앞으로 팥빙수를 먹을 때마다 절로 피식피식 웃음이 나올 테니!



책표지_휴가


휴가

이명애│모래알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2회 선정, BIB 황금패상, 나이 콩쿠르 은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이명애 작가의 신작. 낯선 휴가지에서 서서히 몸과 마음을 열어 마침내 온전히 충전되는 과정을 오로지 이미지만으로 차분하게, 그러나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손꼽아 기다려온 휴가지에 도착한다고 해서 쌓여 있던 모든 고민이 사라지고 즐거운 것은 아닙니다. 사진과는 전혀 다른 숙소에 실망할 수도 있고, 날씨요정이 우리를 외면할 수도 있는 일.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길목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도 있고, 또 나만의 비밀스러운 장소를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역시 휴가지만이 줄 수 있는 위로가 아닐까요. 책장을 넘기다 보면 결국 어디에 있든 나만의 방식으로 에너지를 채우는 것이 휴가의 진정한 의미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글=권나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