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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칼럼] ‘탄소 없는’ 스마트시티를 말하다

2022.04.22 3min 53sec

세계는 지금 ‘탄소 없는 스마트시티’ 경쟁 중입니다. 첨단 기술로 무장한 스마트시티의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대한민국. 미처 생각지 못한 탄소 없는 도시의 진짜 경쟁력을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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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21일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Pritzker prize)에 프랑스 건축가 안 라카통(Anne Lacaton)과 장 필리프 바살(Jean-Philipe Vassal)이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파리 외곽 도시 몽트뢰유(Montreuil)에서 함께 활동하는 라카통과 바살은 재건축·리모델링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2017년 보르도의 530가구가 사는 오래된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면서 입주민을 내보내지 않고 공사를 마쳐 주목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프리츠커상은 이들의 철학을 눈여겨 봤습니다. 바살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절대 건물을 무너뜨리지 않고, 나무를 자르지 않고, 꽃을 꺾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프리츠커상이 세계 건축의 경향과 시대상을 투영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존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라카통과 바살의 철학은 시대정신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외신에 따르면 프리츠커상 심사위원단은 “라카통과 바살이 이 시대의 심각한 기후변화와 생태학적 위기 상황에 부합해 모더니즘의 유산을 새롭게 하는 건축적 접근법을 정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은 세계적인 화두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자 라카통과 바살이 리모델링한 파리의 ‘팔레 드 도쿄’. 1937년에 지어진 건물 골조를 유지한 채 최소한의 재료를 더해 내부 공간을 확장했다. 출처: 프리츠커상 공식 웹사이트(pritzkerprize.com)

[ 지난해 프리츠커상 수상자 라카통과 바살이 리모델링한 파리의 ‘팔레 드 도쿄’. 1937년에 지어진 건물 골조를 유지한 채 최소한의 재료를 더해 내부 공간을 확장했습니다. 출처: 프리츠커상 공식 웹사이트(pritzkerprize.com) ]


기후변화는 세계적인 화두입니다. 2016년 발효된 파리기후변화협정 이후 121개 국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가입할 정도로 지구적 차원의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탄소중립은 배출한 만큼의 온실가스(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인, 기업, 지자체, 정부 등 크고 작은 단위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기술 개발과 생활의 혁신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화두가 된 ‘ESG 경영’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도 거시적인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는 노력의 일환들입니다. 아쉬운 건 누구나 필요성을 절감하지만, 피부로 실감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의 1인당 탄소배출량은 연간 12.89t으로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습니다. 세계은행이 통계 조사를 시작한 1980년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죠. 선진국 클럽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의 평균에 비하면 증가율은 7배에 이릅니다.



친환경 도시 건설 위한 외국의 노력 참고해야


설계 단계에서부터 탄소제로 도시를 구현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스마트시티 ‘마스다르’ 출처: 마스다르시티 공식 웹사이트(masdarcity.ae)

[ 설계 단계에서부터 탄소제로 도시를 구현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스마트시티 ‘마스다르’ 출처: 마스다르시티 공식 웹사이트(masdarcity.ae) ]


스마트시티는 우리가 꿈꾸듯 지속 가능한 생태를 보장할 수 있을까요? 탄소중립 정책이 우리나라보다 50년 앞선 스웨덴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스웨덴은 탄소중립 실현 로드맵을 수립해 22개 산업 분야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 계획과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그중 기후 영향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건설·토목 분야의 경우 ‘2030년 탄소배출량 50% 감축-2045년 탄소배출량 0 달성’을 실현하고자 26가지 실천 과제를 확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굴착 자재 및 건축·철거 자재 재사용률을 높이고, 각 건설 단계의 탄소배출량을 시각화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건설할 경우 원자재부터 설계-시공(방법·장비·업체 등)-완공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와 요소마다 얼마나 탄소를 배출하는지를 정밀하게 조사해 시각화하는 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공공조달을 통해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방식으로 제작한 원자재를 우선 공급하거나, 상대적으로 탄소배출량이 적은 건설장비(바이오 연료·전기 에너지 사용 장비)를 우선 사용하게끔 설계·시공 단계에서부터 저탄소 공법이 적용되도록 유도합니다.
기존 도시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관리도 꼼꼼합니다. 주한 스웨덴무역대표부 관계자에 따르면 일정한 기준에 따라 도시 내 각 구조물(건물·도로·교량·공원 등)의 탄소배출량을 측정한 뒤 이를 줄일 수 있는 실천 방법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 옥상녹화, 차광필름 등의 에너지 효율화, 빗물 활용 등 곧바로 적용 가능한 방법부터 찾아 단계적으로 탄소배출량을 낮춰가는 적극적인 탄소중립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2010년대 중반 도시 재개발을 착수한 스웨덴 예테보리시는 자동차 회사와 협력해 시공 과정에 투입되는 트럭과 버스를 디젤에서 전기차로 바꾸는 혁신을 단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대기 질 개선과 소음 감소 등 보다 환경 친화적인 건설에 기여했음은 물론입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스마트시티 마스다르는 도시를 설계할 때부터 저탄소 시멘트와 재활용 알루미늄 등 친환경 재료를 최대한 사용했습니다. 여기에 대형 태양열·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내연기관 자동차의 도시 진입을 금지하는 등 거의 완전에 가까운 탄소중립을 실현한 대표적인 스마트시티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민·관·산’ 사회적 연대는 탄소중립의 ‘세 바퀴’


스웨덴은 22개 산업 부문에서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실천 과제를 만들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사진은 스웨덴 토목건설 분야 탄소중립 로드맵 홍보 영상의 한 장면. 출처: 스웨덴 탄소중립 로드맵 웹사이트(knewdeal.go.kr)

[ 스웨덴은 22개 산업 부문에서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실천 과제를 만들어 현장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스웨덴 토목건설 분야 탄소중립 로드맵 홍보 영상의 한 장면. 출처: 스웨덴 탄소중립 로드맵 웹사이트(knewdeal.go.kr) ]


애석하게도 외국의 이런 노력에 비하면 한국의 수준은 다소 아쉽습니다. 현재 탄소배출량을 평가할 국가 지표도 없는 상태입니다. 서울·인천·경기 지역 2600만 명이 사용하는 수도권 매립지 종료 시한(2025년)이 불과 3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폐기물 저감 및 재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현재 기술로 약 10%에 불과한 건설폐기물 재활용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지만, 막대한 비용이 드는 사업을 기업의 선의에 기댈 순 없는 노릇입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현대건설이 ESG 경영의 일환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기업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현대건설이 2020년 10월 지속가능경영 협의체를 발족해 사업 수행의 전 과정에서 친환경 관리를 시작한 것은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앞당길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도 긍정적이리라 기대합니다. 글로벌 환경경영 인증기관인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한국위원회가 발표한 ‘CDP Korea 명예의 전당’에 현대건설이 4년 연속(2018~2021년) 입성하는 쾌거를 이룬 것은 그에 대한 마땅한 보상입니다.


글=유길용 <월간중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