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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환의 시대: 글로벌 송배전망 시장을 진단하다

2025.04.09 4min 23s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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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력 부문 투자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력 부문 투자는 현재 약 1조 달러 수준에서 2030년까지 1.7조 달러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대한민국 건설시장을 선도해온 현대건설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의 시선을 통해 전 세계적 에너지 전환 흐름과 송배전망 산업의 현황 및 미래를 진단하는 칼럼을 기획 연재합니다.


■ 급변하는 글로벌 전력시장: 미래 에너지 시스템을 향한 움직임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가 심화되고,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력 시장에  큰 변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UN에 따르면, 전 세계 도시 인구는 2020년 44억 명에서 2030년 52억 명으로 증가하고, 도시화율 또한 같은 기간 56.2%에서 60.4%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추세는 발전소 및 송배전망 등 필수적인 전력 인프라 수요의 급증을 불러왔는데요.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생성형 AI이나 클라우드 전환과 같은 디지털화, 인구 증가, 이상 기후 등으로 글로벌 전력 생산량이 2023년 2만 9,863TWh*에서 연평균 4.2%씩 증가하여 2030년에는 3만 9,783TWh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AI 기술의 발전과 데이터센터 확장은 전력 소비 증가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IEA는 늘어난 전력 수요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2.1%에서 4.4%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며, 2030년에는 10.2%까지 확대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기존의 발전 시설로는 이 같은 수요를 감당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세계 각국이 전력 확보와 전력망 개선에 적극 나서는 이유입니다.

* 테라와트시(Terawatt-hour, TWh): 전력량을 측정하는 단위. 1조 Wh에 해당하는 에너지량으로, 주로 국가 단위의 전력 생산량이나 소비량을 표현할 때 사용됩니다.


글로벌 전력 생산 환경 변화  연평균 증가율  4.2%  연평균 증가율  2.4%  60.4 56.2  52  44  39,783  29,863  4.2%p↑  2023년  2030년(예상)  2023년  2030년(예상)  2023년  2030년(예상)  세계 전력 생산량(TWh)  도시 인구(억명)  도시화율(%)  *자료 출처: UN, 국제에너지기구(IEA)



■ 글로벌 전력시장의 새로운 트렌드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전력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AI, 고성능 반도체, 데이터센터의 확산으로 산업용 전력 소비가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기후 변화로 인한 냉난방 전력 사용 증가로 가정·상업용 수요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계절, 지역별 발전량 변동성도 커졌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규모 송배전망, 분산형 전원,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가정용 태양광, 마이크로그리드, ESS 등의 보급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구체화하면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152개국이 재생에너지 목표를 설정했으며, 미국, EU,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3년 대비 1.5~2배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한편, 스마트그리드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노후화된 송배전망을 디지털화하고 AI, IoT, 빅데이터를 활용한 지능형 전력망 구축이 주요 이슈로 부상했습니다. 정전 감소, 송전 손실 최소화, 실시간 전력 수요 관리가 가능한 스마트그리드는 향후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처럼 전력 시장은 단순한 에너지 공급을 넘어 디지털 전환과 지속가능성의 핵심 축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만이 미래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로벌 전력 시장 트렌드 분석  전력 수요 증가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확산 →  산업용 전력 소비 증가  온실가스 감축 정책  미국, EU, 일본, 중국 →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5~2배 확대  전력 저장 및 송배전 수요 급증  발전량 변동성 증가→  송배전망·ESS·분산형 전원 개발 활발  스마트그리드 확대  노후 송배전망 디지털화 → Al, IoT, 빅데이터 활용 증가



■ 전력 부문 투자, 연 1조 달러에서 1.7조 달러로 확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전력 부문 투자는 연평균 1조 달러를 넘겼습니다. 향후 신규 전력 인프라 구축 등 투자 확대가 예상되며, 2030년에는 1.7조 달러 수준으로 확대가 예상됩니다. 이 가운데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투자가 약 50%, 송배전망이 약 3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발전 설비뿐만 아니라 송배전망 확충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증가하면서 기존 중앙 집중형 전력 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할 스마트 송배전망 기술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송배전망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소비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전력 시스템의 핵심 기반 시설입니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고압의 전기를 변전소를 거쳐 먼 거리에 있는 소비 지역으로 운반하는 송전망과, 변전소에서 전압을 낮춘 전기를 각 가정∙공장∙상가 등 최종 소비 지점까지 안전하게 전달하는 배전망으로 구성됩니다.

발전 설비가 아무리 늘어나더라도 송배전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원활한 전력 공급이 어려워집니다. 이에 따라 스마트 송배전망 기술이 미래 에너지 시장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전력 분야 주요 발전원·기술별 투자 전망  송배전  전력저장장치  기타 저탄소 배출  원자력 발전  재생에너지  풍력/태양광  화석연료  10억 달러(2023, MER)  1800  1200  600  2019  2020  2021  2022  2023  2030  2035  *자료 출처: 국제에너지기구(IEA)

신규 송배전 인프라 구축뿐 아니라 노후화된 전력망 개선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기후, 자연재해 등 환경적 요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송전선 및 배전선의 수명은 30~50년 정도입니다. 송배전망의 노후화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기에, 지속적인 유지보수와 함께 적절한 시기에 교체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의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전력망 계획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의결하여, 전력망 운영사가 20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발전원 다변화, 신재생에너지 수용 능력 확대 등을 고려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전력망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새로이 구축된 송배전 인프라는 약 150만km에 달합니다. 이 같은 추세는 203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프랑스는 2040년까지 송배전망에 1,04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영국과 스페인 역시 각각 490억 달러, 80억 달러를 투자할 전망입니다. 개발도상국인 인도 또한 2032년까지 송배전망 구축에 1,1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가별 송배전망 투자 계획  단위 : 억 달러  베트남  150  2021~2030  중국  인도  2,050  2021~2025  1,100  2024~2032  미국  70  2023~2033  스페인  80  2021-2026  프랑스  1,040  2024~2040  영국  490  2026~2031  브라질  210  2024~2034  RSA  60  2025~2034  *자료 출처: 국제에너지기구(IEA)



■ 송배전망 사업을 향한 국내 기업의 기회와 도전


송배전망 사업에 대한 관심은 국내 에너지·건설사의 해외 진출 확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5년(2020~2024년) 동안 국내 기업의 송배전·변전·에너지 저장 장치 등 전기 공종 수주액은 89억 달러로, 과거 5년(2015~2019년) 수주액 41억 달러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전체 수주액에서 전기 공종이 차지하는 비중도 2.6%에서 5.3%로 증가하며, 송배전망을 비롯한 전력 시장 전반에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현대건설은 지난 연말과 올 초에 걸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7억 2500만 달러(한화 1조 원 규모)의 '리야드–쿠드미 500kV HVDC 송전선로 공사'와 총 3억 8900만 달러 규모의 380kV 송전선로 건설을 연이어 따내며 글로벌 송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의 송전선 프로젝트

[ 현대건설은 1982년 사우디 송전 시장에 첫 진출 이후 현재까지 총 42건의 송전선로 프로젝트(완공 포함)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사우디 리야드 380kV 송전선로 공사, 사우디 GCC 400kV 송전선로 공사, 사우디 하일-알주프 380kV 송전선 공사 현장. ]


이러한 성과는 국내 기업들의 송배전 분야 기술력과 사업 역량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축적해온 전력 인프라 구축 노하우와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국의 전력망 현대화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초고압 직류 송전선로(HVDC) 건설과 스마트그리드 구축 분야에서는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유럽과 북미 시장에도 진출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해외 진출은 대기업이 주도하며 중소 협력사들의 동반 성장 기회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송배전망 사업을 추진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자재에 대한 조달(Lead Time)을 줄이고 납기를 제때에 맞추는 것입니다. 송배전망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전선 및 변압기를 비롯한 주요 기자재 구매 비용 및 전문 기술자에 대한 인건비가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고무적인 것은 전선 및 기자재 업체들의 신규 생산 공장 투자와 같은 공급 확대 움직임입니다. 특히 초고압 케이블과 변전 설비, 전력 기기를 생산하여 해외에 납품하는 국내 대기업들은 외국의 경쟁사 대비 뛰어난 조달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사업 수주 및 수행에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국내 송배전 프로젝트 수주 현황  단위 : 억 달러  15  9  2015  2016  31  20  18  13  7  7  7  4  2017  2018  2019  2020  2021  2022  2023  2024  *자료 출처: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OCIS)



■ 글로벌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이하는 자세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글로벌 송배전망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됩니다. 특히, 초고압 직류 송전(HVDC),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 등 주요 유망 프로젝트 발주가 이어지면서 다양한 사업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선진국의 노후 송배전망 개선 및 스마트 그리드 사업, 개발도상국의 신규 송배전 사업 투자 확대 추세에 발맞춰 국내 건설업계는 현대건설의 사례와 같이 적극적인 기술 개발 등 송배전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특히, 초고압 직류 송전(HVDC)과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은 막대한 투자를 요하는 분야이므로, 국내 기업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협력하고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한편 신재생에너지 통합 촉진,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같은 환경적 목표를 추구하는 주요 선진국들은 송배전망 사업 추진 시 다양한 보조금 및 세액 공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정책들을 면밀히 검토하여 사업성을 강화하고 추진력을 높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저장 시스템 관련 프로젝트에 대규모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송배전망 일러스트


급변하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송배전망은 미래 전력 시스템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은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송배전망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정책 활용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글. 정지훈(해외건설협회 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현대건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