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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만난 인문학] 통영에서 만난 예술가, 윤이상·박경리·전혁림

2021.01.29 3min 4sec


아름다운 청정해역으로 유명한 통영.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및 거가대교 건설로 매년 여행객이 늘고 있습니다. 통영 여행객이 반드시 가는 곳 중 하나는 대한민국 원조 벽화 골목이라 부를 수 있는 ‘동피랑’. 꼬불꼬불 이어지는 골목에서 마주치는 화려한 벽화는 여행객의 발걸음을 사로잡습니다. 언젠가 팬데믹이 끝나는 그날, 통영에서 가보면 좋을 만한 장소들로 메모해 두면 어떨까요. 



통영은 ‘윤이상’의 음악 뿌리


윤이상기념관 외관 전경

윤이상기념관 외관 전경.


통영은 국제적 규모의 전용 음악당 ‘통영국제음악당’을 설립, 2002년부터 매년 봄 통영국제음악제를 열었습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이 평생을 그리워한 고향 앞바다를 품고 있는 통영. 윤이상의 음악 생애가 궁금하다면 통영시 중앙로 도천테마공원에 자리한 ‘윤이상기념관’을 둘러봐도 좋습니다. 기념관에는 윤이상이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며 남긴 유품 148종 412점을 비롯해 늘 연주하던 바이올린, 항상 품고 다녔던 소형 태극기와 사진 500여 점이 전시돼 있습니다.
살아생전 세계 5대 작곡가로 손꼽혔던 윤이상은 1917년 9월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서당과 보통학교를 마친 뒤 오사카 음악학교에서 수학, 고국에서 항일독립운동을 하며 옥고를 치른 뒤 통영여자고등학교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하며 수많은 교가와 동요를 남겼습니다. 도천테마공원에는 기념관뿐 아니라 윤이상 생가터, 윤이상 공원 등이 조성돼 있죠.
“나는 통영에서 자랐고, 통영의 모든 요소를 내 몸에 지니고 그것을 나의 정신과 예술적 기량에 표현해 나의 평생 작품을 써왔습니다. 구라파(유럽)에 체재하던 38년 동안 한 번도 통영을 잊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 잔잔한 바다, 그 푸른 물색, 가끔 파도가 칠 때도 파도 소리는 나에겐 음악으로 들렸고, 그 잔잔한, 풀을 스쳐가는, 초목을 스쳐가는 바람도 내겐 음악으로 들렸습니다.”(1994년, 윤이상이 통영 시민에게 보냈던 육성 메시지)
시간이 여유로운 여행자라면 도천음악마을길을 거니는 것도 좋습니다. 윤이상이 아침저녁으로 다니던 통영심상소학교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 길은 효도와 작곡의 길(제1 코스), 문화생태길(제2 코스), 명상의 길(제3 코스)로 나눠져 있으며, 벽산쉼터, 한려수도 벽화, 음악을 소재로 한 벽화 45개소, 음악계단 1개소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윤이상기념관
● 주소 경상남도 통영시 중앙로 27 도천테마공원
● 문의 055-644-1210
● 이용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 월요일 휴관



한국 현대소설의 어머니 ‘박경리’의 고향


박경리기념관에는 작가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박경리기념관에는 작가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박경리의 <토지>를 탐독했던 사람이라면, 통영은 꼭 가봐야 할 여행지입니다. 박경리기념관, 생가, 문장비, 묘소까지. 모든 것이 통영에 있기 때문입니다. 박경리기념관은 2015년 5월, 박경리 작가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된 해에 통영시 산양읍에 문을 열었습니다. 커다란 통유리로 통영의 바다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기념관은 국내에 있는 문학관 중에 가장 잘 꾸며진 곳으로 손꼽힌다. 박경리기념관에는 고인의 대표작인 <토지> 친필 원고와 여권, 편지 등의 유품이 전시돼 있으며, 박경리 작가가 집필한 책과 작품에 관한 논문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박경리기념관 정원에서 선생의 묘소로 올라가는 오솔길 어귀에는 박경리의 대표작 <토지>와 <김약국의 딸들> 일부를 새긴 문장비 두 개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漁港)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 <김약국의 딸들> 제1장 ‘통영’ 중에서
통영시 충렬1길 76-34(문화동)에는 박경리의 생가가 있습니다. 박경리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 무대인 서문고개의 뚝지먼당으로 가는 길에 자리한 생가는 ‘서피랑 문학동네’ 표지판을 찾으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박경리 생가는 통영의 역사 문화 기행 코스로 <김약국의 딸들>에 나오는 지명 표석을 볼 수 있으며, 올라가는 길 곳곳에 박경리가 쓴 시를 볼 수 있습니다.


박경리기념관
● 주소 경상남도 통영시 산양읍 산양중앙로 173
● 문의 055-650-2543
● 이용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 월요일 휴관



통영의 피카소 ‘전혁림’ 화백


전혁림미술관

전혁림미술관.


통영의 미륵산 자락에 위치한 전혁림미술관은 통영 여행객들이 꼭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로 꼽는 곳입니다. 미술관 건물 자체가 예술품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특별한 외관은 전혁림의 아들이자 서양화가인 전영근의 작품을 세라믹타일 7500여 장을 제작해 완성했습니다. 미술관 3층 전면의 벽은 전혁림 화백의 1992년의 작품, ‘창(Window)’을 타일 조합으로 재구성한 대형 벽화로 미술관의 독특한 멋을 살렸습니다.
‘바다의 화가’로 불리는 전혁림 화백은 1916년 1월 통영에서 태어났습니다. 통영보통학교를 졸업하고 1930년 통영수산학교에 들어가면서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됐고 졸업 후 생계를 꾸리며 독학으로 미술에 입문했죠. 1938년 부산미술전에 ‘신화적(神話的) 해변’ ‘월광(月光)’ ‘누드’가 입선하면서 부산과 경남 지역의 신진 서양화가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통영에서 해방을 맞은 전혁림은 통영문화협회 창립 동인(유치진, 윤이상, 유치진, 김춘수, 김상옥 등)으로 참여했습니다.
2003년에 개관한 전혁림미술관은 화백이 30년 가까이 생활하던 집을 헐고 신축한 건물로 전혁림 화백의 작품 80점과 관련 자료 50여 점을 상설전시하고 3개월 단위로 교체 전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혁림의 작업실을 비롯해 생활공간도 함께 볼 수 있어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됩니다.


전혁림미술관
● 주소 경상남도 통영시 봉수1길 10
● 문의 055-645-7349
● 이용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 월?화요일 휴관



책방에서 발견하는 특별한 추억 


통영의 대표 서점 봄날의 책방 내부

통영의 대표 서점 봄날의 책방 내부.


통영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기억하고 싶다면, 통영의 대표 서점 ‘봄날의책방’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통영 봉수골에 자리한 ‘봄날의책방’은 출판사 남해의봄날이 운영하는 곳으로 통영의 다채로운 문화예술 감성을 담고 있는 책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또한 2층에는 여행객이 숙박할 수 있는 북스테이 ‘장인의 다락방’을 운영하고 있다. 전혁림미술관이 보이는 ‘예술가의 방’에서는 미술·음악·공예·건축 등 다양한 예술 서적을 소개하고, ‘바다책방’에서는 그림책, 바다 서적, 여행책과 함께 아트 상품을 판매해 특별한 여행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봄날의책방
● 주소 경상남도 통영시 봉수1길 6-1
● 문의 070-7795-0531
● 이용시간 수~토요일 오전 10시30분~오후 6시30분
              월?일요일 오후 1시30분~오후 6시 / 화요일 휴무


글·사진=엄지혜 <채널예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