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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싱가포르 쇼 타워 프로젝트: 헤리티지를 잇고, 미래의 기준을 짓다

2026.07.08 3min 43sec

Shaw Tower 현장탐방


오래된 건물을 다시 세우는 일은 도시의 시간을 새롭게 잇는 과정입니다. 반세기 만에 싱가포르 도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돌아온 '쇼 타워(Shaw Tower)'에는 바로 이 '연결'의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1975년에 지어진 옛 쇼 타워의 흔적을 품고 완성된 이번 재개발 프로젝트는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시공을 맡았습니다. 협소한 도심 부지와 연약한 간척지 지반, 빠듯한 공기, 과거 유산 복원이라는 네 가지 과제를 동시에 성공적으로 풀어내며 싱가포르 스카이라인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쇼 타워 프로젝트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공사 개요 위치 100 Beach Road, Singapore (Central Business District) 대지면적 5,747㎡  |  연면적 51,997㎡ 규모 지상 33층 오피스 타워 + 지상 6층 포디움 구조 RC / PT / 철골조 / AL Curtain Wall 계약 금액 약 2억 1,000만 달러 공사 기간 2021.12 ~ 2026.06 시공사 현대건설(100%)



과거와 현재를 잇는 거점,

100 비치 로드(Beach Road)


싱가포르 중심업무지구의 핵심 입지인 '100 비치 로드'. 이곳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과거 해안선이 자리했던 곳으로, 일대 부지는 모두 바다를 메워 조성한 간척지입니다. 이곳에 터를 잡았던 쇼 타워는 아시아 영화 시장을 주름잡았던 홍콩 '쇼 브라더스(Shaw Brothers)'의 싱가포르 거점이자 영화 제국의 상징이었습니다. 건물 내에 실제 극장을 운영하며 반세기 가까이 시민들과 영화의 추억을 공유해 온 이 유서 깊은 공간이 이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합니다.

이번 재개발 프로젝트는 단순히 이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세우는 사업이 아닙니다. 과거 극장 건물의 상징성을 유지한 채, 기존 134m(35층) 규모에서 200m 높이의 33층 최첨단 오피스 타워와 6층 규모의 포디움으로 새롭게 탈바꿈하는 과정입니다.

특히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이 지정한 '신도심 확장 구간(New Downtown Extension Corridor)'의 핵심 축인 부기스, 마리나 베이, 시티홀을 잇는 거점에 위치한 만큼, 중심업무지구 동부권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전망입니다.



Heritage 

벽 속에 새겨진 시간을 옮기다


Shaw Tower 1965>2026


발주처인 '쇼 타워스 리얼티'는 하나의 철학을 강조했습니다.

“Honoring the Past, Building the Future.”(과거를 기리며, 미래를 짓다)

옛 쇼 타워의 외장에 시공된 브루탈리즘* 양식의 입면과 모자이크 패널은 당시 싱가포르 도심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표 요소였습니다. 1965년 독립 직후 '골든 마일(Golden Mile)' 비전 아래, 신생 도시국가의 자신감과 성장 에너지를 거칠고 웅장한 질감으로 드러낸 상징적 장치였습니다.

현대건설은 이 헤리티지 패널의 보존과 복원을 중요한 과제로 삼았습니다. 먼저 철거 전 전체 패널의 상태를 조사해 보존 가능한 대상을 선별했습니다. 가장 까다로운 작업은 표면 처리 과정이었습니다. 패널 표면을 덮고 있던 도장과 시멘트 코팅층을 제거하면서도 내부 모자이크를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이미 모자이크가 떨어지거나 콘크리트가 손상된 패널은 일일이 보수하고 재조립했습니다. 새 자재를 쓰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정밀도가 요구되는 공정이었습니다. 이렇게 복원 과정을 거친 패널은 새 건물 내부 공간에 재설치했습니다. 두 개의 쇼 브라더스 엠블럼 역시 복원 후 스카이 테라스에 배치해 기존 건물의 상징성을 이어 갔습니다.

*브루탈리즘(Brutalism): 화려한 장식을 배제하고 거친 콘크리트나 건축 재료의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 건물의 웅장함과 실용성을 강조한 20세기 중반의 건축 양식.


옛 쇼 타워의 엠블럼과 외벽 모자이크 패널, 친환경 호두껍질 공법을 통한 모자이크 타일의 시멘트 코팅층 제거, 결함 모자이크 타일제거, 모자이크 패널 추출분리, 모자이크 패널 이전, 복원검수, 복원패널 조립 및 제작 완룐, 스카이 테라스 벽면에 복원된 헤리티지


나아가 현대건설은 이러한 물리적 유산 복원에만 그치지 않고, 4개 층을 사회공헌 및 커뮤니티 시설로 조성하며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철학을 완성했습니다.



KNOWHOW

도심 간척지에 200m 마천루를 세우다


#1 도면과 달랐던 지하 95m 파일 공사,

기술력으로 정면 돌파하다


현대건설이 꼽는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고난도 공정은 건물의 뼈대를 세우는 파일(Pile) 공사였습니다. 기존 건물을 지지하던 수백 개의 낡은 H파일을 그대로 둔 채, 그 틈새로 직경 최대 2.8m, 길이 95m에 달하는 거대한 철근 콘크리트 파일을 새로 심어야 했습니다. 파일 하나에 들어가는 콘크리트 양만 약 570㎥로, 레미콘 트럭 약 95대를 투입해야 하는 규모였습니다.

가장 큰 위기는 땅을 파기 시작하면서 드러났습니다. 과거 도면과 실제 지하의 상황이 전혀 달랐던 것입니다. 기존 파일의 위치가 도면과 최대 5m까지 차이가 났고, 기록에 없던 옛 구조물들까지 잇달아 확인되었습니다. 굴착 중 장애물을 만나면 즉시 땅을 다시 메우고 위치를 수정해 재시공해야 했으며, 구조 설계사와 매일 파일의 위치와 크기, 간격을 수시로 변경하는 숨 가쁜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파일 공사

[길이 95m에 달하는 대형 파일을 지반에 심는 기초 공사 현장]


품질 기준과 지반 조건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였습니다. 무려 95m 깊이에 도달한 파일의 끝부분을 완벽하게 평탄하게 다듬어야 했기에 시공 장비를 매우 세밀하게 조율해야 했습니다. 현장 바닥이 무른 간척지라는 점도 큰 변수였습니다. 현대건설은 당초 계획된 흙막이 설계에 얽매이지 않고, 품질 향상과 원가 절감을 동시에 이끌어내는 가치공학(VE) 공법을 적극 도입했습니다. 지반 개량 구간을 최소화하고 흙막이 구조를 현장에 맞게 최적화해 공사 효율을 극대화했습니다.


#2 텅 빈 중심부를 딛고 서다, 

설계적 한계를 뛰어넘은 맞춤형 시공


지상으로 이어진 골조 공사 역시 극복해야 할 설계적 난관이 겹겹이 쌓인 구간이었습니다. 건물의 척추 역할을 하는 중심 뼈대가 한쪽으로 쏠려 있어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기 까다로웠습니다. 게다가 건물 상층부는 아래를 받쳐주는 기둥 없이 공중으로 무려 4m나 돌출된 형태로 설계되었습니다. 여기에 오피스 면적을 최대로 확보하고자 건물 한가운데를 크게 뚫린 빈 공간(보이드)으로 비워두면서, 현장 작업자의 이동과 접근마저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현대건설은 층마다 조립과 해체를 반복할 필요 없이 통째로 끌어올려 쓰는 일체형 장비인 '루베카 시스템 폼워크(Roveca System Formwork)'를 도입하고, 해당 보이드 구간마다 사다리와 작업용 발판을 별도로 맞춤 제작해 필수적인 작업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보이드, 철골 시공, 가설 철골

[(왼쪽부터) 건물 코어 내부의 수직 보이드, 스카이 테라스 철골 시공, 맞춤형 임시 가설 철골 구조물]


건물에는 5~6개 층 높이가 통째로 뚫려 있는 스카이 테라스 구간이 두 곳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층고가 높은 대공간 구간은 하중을 받쳐줄 지지대가 없어 벽체가 완성될 때까지 상부 공사를 진행하기 까다롭습니다. 현대건설은 허공 구간에 임시로 가설 철골 기둥을 먼저 세워 상부의 무게를 지탱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덕분에 코어 벽체가 위로 올라가는 속도에 발맞춰 상부의 철골 및 바닥 공사도 지체 없이 원활하게 병행할 수 있었습니다.


스카이테라스

[도심 스카이라인과 마리나 베이의 탁 트인 파노라마 뷰를 품은 지상 19·20층의 스카이 테라스]



Green City

설계에서 운영까지, 데이터로 증명하다


쇼 타워는 싱가포르 최고 권위의 친환경 인증인 'BCA Green Mark Platinum(Super Low Energy)'를 비롯해, 글로벌 스마트 빌딩 인증인 'WiredScore'와 'SmartScore'에서도 모두 플래티넘(Platinum) 등급을 획득한 첨단 오피스입니다.

현대건설은 완공 후 실제 운영 단계에서도 에너지 성능과 시스템 안정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데이터 기반의 검증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먼저 냉동기 플랜트와 공조 시스템 등 주요 설비에 전력계, 유량계, 온도 센서 등의 계측 장비를 설치했습니다. 이들 장비가 수집한 실제 운전 데이터는 빌딩 관리 시스템(BMS)과 연동되어 각 공간의 에너지 사용량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제어합니다. 또한 일광 센서가 조명을 자동 조절하고 공조 시스템이 설정 온도에 맞춰 최적의 상태로 가동되는 등 스마트한 수요 제어 전략으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차단합니다.


스마트 BMS 모니터링 시스템. (왼) 건물 전체 통합 관리 메인 화면. (우) 기계실 내부 계측 데이터를 시각화한 상세 화면



올해 6월 준공된 쇼 타워는 높은 ESG 경쟁력과 도심 접근성, 세분화된 오피스 공간을 바탕으로 싱가포르 중심업무지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특히 구오코 미드타운 등 주변 건물을 잇는 보행 데크는 단순한 이동 편의를 넘어, 흩어져 있던 도시의 동선을 하나로 묶는 핵심 역할을 합니다. 쇼 타워 재개발의 진정한 의미는 '과거를 지우고 새로 쓰는 것'이 아니라 '유산을 품고 내일로 연결하는 것'에 있습니다. 반세기 동안 도심을 지켜온 쇼 타워는 이제 과거의 영광을 넘어 도시의 기억과 미래를 잇는 혁신적인 랜드마크로 새롭게 도약합니다.

 Shaw Tower 직원들

[쇼 타워 현장 직원들]


“도심 속 고난도 공사였지만, 현장 임직원들의 헌신 덕분에 수많은 난관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건축을 넘어 싱가포르의 역사적 유산을 현대적으로 이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싱가포르 쇼 타워 현장, 이우진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