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떼는 말이야, 도서관에서는 숨소리도 내면 안 됐어~"
여러분의 기억 속 캠퍼스는 어떤 모습인가요? 책장을 넘기는 소리조차 눈치가 보이던 적막한 열람실인가요, 아니면 노트북을 펼쳐두고 커피 한 잔과 함께 자유롭게 토론하는 오픈 라운지인가요? 배움을 대하는 태도가 유연해지면서, 캠퍼스라는 공간 역시 그에 발맞춰 진화해 왔습니다. 1990년대 건축상을 휩쓸었던 웅장한 석조 건물부터 담장을 허물고 소통의 장이 된 광장, 콘크리트를 비워내고 숲과 바람을 들인 에코 캠퍼스까지. 현대건설이 시공해 온 70여 개의 교육 인프라 프로젝트는 바로 그 공간의 변화를 보여주는 생생한 기록입니다. 1954년 인하공대 기계공학관을 시작으로 1975년 서울대 관악 캠퍼스를 거쳐 글로벌 캠퍼스로 이어지는 발자취를 따라, 시대와 함께 진화해 온 캠퍼스의 풍경을 돌아봅니다.
PART 1 Heritage
벽돌, 그 시절 캠퍼스의 낭만
수많은 캠퍼스 건축물 중에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를 더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당시 주요 건축상에 이름을 올리며 캠퍼스의 낭만이자 상징이 된 마스터피스 두 곳을 소개합니다.
이화여자대학교 걷고 싶은 캠퍼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를 꼽을 때 늘 첫손에 꼽히는 곳, 바로 이화여자대학교입니다. 고풍스러운 멋을 간직한 이곳은 '걷고 싶은 캠퍼스'로 불리죠. 괜히 그런 말이 생긴 게 아닙니다. 기능 중심의 딱딱한 대학 건물을 넘어, 주변 자연 및 기존 건물과 부드럽게 이어지는 '풍경으로서의 건축'을 구현했기 때문입니다. 한국건축문화대상(1993) 본상을 수상한 법인행정동은 캠퍼스의 복잡한 지형과 동선을 거스르지 않고, 오히려 경사진 지형의 단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건물을 앉혔습니다. 덕분에 별도의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없이도 모든 층이 외부 공간과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특히 초기 석조 건물들의 낭만을 계승하기 위해 외장재와 색채를 조율해, 구관의 클래식한 분위기와 현대적인 세련미가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죠.
서울특별시 건축상(1997) 동상을 받은 아산공학관 역시 특별합니다. 여성 공학 인재 양성에 앞장서고자 했던 정주영 선대회장의 뜻을 담아 기증된 이 건물은 공간의 철학부터 달랐습니다. 효율과 정밀함만을 강조하기 쉬운 공학 시설 특유의 경직성에서 벗어나, 당시 공학 건물로는 보기 드문 시도였던 아트리움(Atrium) 형식의 내부 중정을 도입한 것인데요. 천창의 빛을 건물 깊숙이 끌어들여 폐쇄적인 연구 환경을 밝고 열린 광장으로 탈바꿈시켰죠. 공학 건물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이 공간 철학은 2007년에 준공한 신공학관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외에도 현대건설은 학생문화회관, 국제교육관, 종합과학관, 산학협력관, 기숙사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이화의 아름다운 캠퍼스를 든든하게 함께 빚어오고 있습니다.
서강대학교 캠퍼스 꼭대기에서 만나는 중세

서강대학교 캠퍼스에서 가장 높은 곳, 마포 일대와 한강의 탁 트인 전경을 굽어보는 자리에는 현대건설이 시공한 다산관이 우뚝 서 있습니다. 현재 사회과학 대학 건물로 사용되고 있는 다산관은 마치 중세 유럽의 고풍스러운 교회를 연상케 하는데요. 장엄한 수직 탑과 우아한 아치형 외관을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완벽하게 구현해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습니다. 콘크리트 자재만으로도 석조 특유의 질감과 정교한 디테일을 고스란히 재현한 현대건설의 '정밀 거푸집 시공' 기술이 돋보입니다. 웅장한 겉모습과 달리 건물 내부 곳곳에는 원형, 아치 등 다채로운 기하학적 디자인이 눈길을 끌며, 한국건축문화대상(1994) 입선작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2002년 완공된 아루페관 역시 현대건설의 손길을 거쳤습니다. 박물관부터 예식장까지 다채로운 기능을 한 건물 안에 짜임새 있게 담아낸 이 공간은, 일상과 추억을 하나로 잇는 캠퍼스 커뮤니티의 든든한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PART 2 Openness
벽을 허무니, 24시간 캠퍼스가 되다
물리적인 담장을 허물고 학업과 일상을 한 공간에 담았습니다. 단순히 수업만 듣고 떠나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의 삶이 교차하는 소통의 장으로 진화한 캠퍼스들을 소개합니다.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한국 최초, 사는 대학

"1학년은 무조건 송도!" 연세대 신입생이라면 피할 수 없는 이 문장은, 사실 한국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단순히 강의실만 옮긴 제2캠퍼스가 아니라, 하버드나 옥스퍼드처럼 학생과 교수가 숙식을 함께하며 배움을 나누는 '거주형 대학(Residential College)'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학습과 문화, 일상 활동이 한 공간에서 단절 없이 이어지려면 거대한 물리적 인프라가 필수적이었는데요. 현대건설이 참여한 1단계 공사는 바로 이 '사는 대학'의 뼈대를 세우는 초대형 프로젝트였습니다. 무려 축구장 86개를 합친 면적과 맞먹는 61만 4,000여㎡의 허허벌판 매립지 위에 기숙사, 체육시설 등 각기 다른 기능의 건축물을 동시다발적으로 지어 올렸습니다.
이처럼 압도적인 규모임에도 동선을 치밀하게 설계한 덕분에 강의실과 기숙사가 도보 5분 거리에 불과하는데요. 수업 5분 전에 나와 전력 질주하면 지각을 면할 수 있다는 게 학생들 사이에서 꼽히는 RC 생활의 숨겨진 장점이기도 하죠.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새로운 지성 공동체의 기반을 완성한 이 프로젝트는 이후 여러 대학이 유사한 기숙형 캠퍼스를 도입하는 계기가 되며 한국 대학 공간 설계의 기준점이 되었습니다.

인천글로벌캠퍼스(IGC) 국경이 없는 캠퍼스
(당시 송도글로벌대학 캠퍼스)

한 캠퍼스 안에 미국·유럽 5개 명문 대학이 함께 존재한다면? 인천글로벌캠퍼스(IGC)는 그 질문에 현실로 답한 공간입니다. 단일 대학이 아닌 한국뉴욕주립대, 한국조지메이슨대,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등 유수의 해외 대학들이 입주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죠. 서로 다른 국적과 문화를 가진 대학들이 한 지붕 아래 모인 만큼, 이들을 물리적·심리적으로 하나로 묶어줄 구심점이 무엇보다 중요했는데요. 현대건설은 지면보다 낮게 설계되어 특유의 아늑함과 소통의 구심점 역할을 동시에 하는 중앙 선큰광장(Sunken Garden)을 중심으로 도서관, 대강당, 체육관, 기숙사, 게스트하우스 등을 조성하며 캠퍼스의 심장부를 완성했습니다. 서로 다른 대학에 다니는 50여 개국 학생들이 수업이 끝나면 각자의 건물로 흩어지는 게 아니라, 광장으로 모이는 구조죠.

PART 3 Nature
콘크리트 자리에 하늘이 들어왔다
빽빽한 콘크리트를 비워낸 자리에 자연의 빛과 바람을 들였습니다. 지형을 억지로 거스르지 않고, 주변 풍경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숨을 쉬는 캠퍼스들을 만나봅니다.
고려대학교 과거는 석조, 미래는 숲

고려대학교를 대표하는 단어가 있다면 단연 '석조'입니다. 붉은 벽돌과 화강암이 빚어낸 중후한 캠퍼스 풍경은 고려대만의 언어였고, 현대건설이 시공해 온 아산이학관, 생명과학관, 법학관 등의 여러 건축물 역시 그 묵직한 문법 안에서 변함없는 품격을 지켜왔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개교 120주년, 고려대는 캠퍼스 공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연계 중앙광장 ‘더 밸리(The Valley)’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노후 건물과 주차장이 있던 약 3,418m2의 부지를 비워내, 지상을 온전한 ‘차량 없는 보행 전용 캠퍼스’로 되돌려 놓습니다. 덕분에 단절되었던 자연계 캠퍼스의 세 구역이 하나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로 이어지게 되죠. 비워낸 지상 아래에는 이름 그대로 거대한 계곡(Valley)처럼 펼쳐지는 복합 공간이 지하 3층부터 지상 1층 규모로 조성됩니다. 이곳에는 스타트업밸리, 스터디라운지, 커뮤니티, 강당, 연구실 등 다채로운 인프라가 들어설 예정인데요. 거대한 틈 사이로 시야가 탁 트여 있어, 지하 깊은 곳까지 빛과 바람이 고르게 스며들도록 설계했습니다. 묵직한 ‘석조의 캠퍼스’가 유연하게 숨 쉬는 ‘바람의 캠퍼스’로 완벽하게 진화하는 순간입니다.

배재대학교 자연과 융화되는 캠퍼스

한 캠퍼스 안에서 두 개의 건물이 연달아 건축상을 받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배재대학교는 그 보기 드문 성취를 이뤄냈는데요.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아 2005년 나란히 완공된 예술관 1·2동과 국제교류관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두 건물을 관통하는 철학은 단 하나, 바로 ‘건물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랜드피아노를 모티브로 한 유려한 곡선형 디자인의 예술관은 뒤편 월평공원의 경사진 지형을 깎아내는 대신, 비탈면을 따라 건물을 자연스럽게 얹었습니다. 언덕을 오르는 땅의 높낮이가 그대로 건물의 층과 길로 이어지도록 정교하게 설계한 덕분에 '2005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을 거머쥐었죠.
같은 해 특선을 수상한 국제교류관은 투명한 창과 유리 천장, 그리고 1층부터 5층을 잇는 거대한 아트리움을 통해 빛과 바람을 깊숙이 끌어들이며 ‘숨 쉬는 건물’의 표본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에 국내 최초 지열 시스템 도입 등이 더해져 2012년 '대한민국 녹색건축대전' 대상까지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캠퍼스 곳곳에서 자연과 융화하려는 태도를 볼 수 있습니다.

SPECIAL PART Trust
대한민국을 지키는 또 하나의 캠퍼스
배움의 공간은 때론 특수한 목적을 띠기도 합니다. 철저한 보안과 쾌적한 일상이 충돌 없이 공존할 수 있도록, 마치 하나의 작은 도시를 세우듯 완성한 특수 캠퍼스들을 돌아봅니다.
경찰인재개발원 제복을 입은 캠퍼스
(당시 경찰종합학교)
60년 역사의 부평 시대(1955-2009)를 마감하고 충남 아산(2009)에 새롭게 터를 잡은 경찰종합학교. 이는 단순한 물리적 이전을 넘어, 노후화된 인프라를 최첨단 교육 환경으로 전면 재편하는 국가적 프로젝트였습니다. 학교 부지는 황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싼 있는 산지 지형인데요. 현대건설은 가파른 경사면을 억지로 깎아내는 대신, 지형의 높낮이를 살려 건물을 입체적으로 배치했습니다. 덕분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강도 높은 훈련 공간과 자연 속에서 안정을 취하는 쾌적한 휴식 공간이 어우러진 교육 거점이 탄생했습니다.
실전 훈련과 일상 교육이 공존하는 곳인 만큼 ‘기능적 분리'를 통한 보안 및 안전 확보 역시 시공의 핵심이었습니다. 보안 등급에 따라 구역을 엄격히 분리하되, 연간 2만여 명의 인원이 혼선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정교한 동선 체계를 구축했죠. 또한 사격장 등 특수 시설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안전 문제를 생활 공간으로부터 완벽히 차단했습니다. 2009년 개원한 이 캠퍼스는 현재 경찰인재개발원으로 이름을 바꾸어 아산 경찰교육단지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육군종합행정학교 든든한 군인을 길러내는 캠퍼스
하나의 신도시를 방불케 하는 학교가 있습니다. 바로 규모부터 남다른 ‘육군종합행정학교’입니다. 약 109만㎡' 부지에 총 3,047억 원이 투입된 이 프로젝트는, 군 행정 전문가를 육성하는 교육 인프라를 통째로 지어 올린 사례입니다. 캠퍼스 내부는 본부와 교육단 41개 동, 훈련장 76개 동, 체력단련장 9개 시설 등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397세대 규모의 아파트까지 조성해 교육·주거·행정·여가가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맞물려 돌아가죠.
120여 개의 방대한 시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작업은 단순한 학교 건축을 넘어 ‘하나의 도시를 설계하는 것’과 같았는데요. 여기에는 치밀한 '공정 관리'가 필수적이었습니다. 현대건설은 구조와 용도가 전혀 다른 수많은 건물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시공하면서도 완벽한 품질을 구현해 냈죠. 특히 훈련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 교육 및 주거 공간에 미치지 않도록 철저한 조닝(Zoning) 설계를 적용해 부지를 완벽하게 분리했습니다. 물론 이 거대한 도시의 완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반 시설 구축'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건물이 올라가기 앞서 수천 명이 사용할 상하수도, 통신망, 도로망 등 토목 인프라를 시공해 전체 시설이 무결점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완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