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의 바람이 닿는 부안에서, 한국형 수소경제가 실체로 전환되는 첫 신호가 켜졌습니다. 현대건설이 전북 부안에 조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수소 생산기지는 기술이 산업이 되고 다시 산업이 일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줍니다. 현대건설 수소에너지연구팀과 플랜트연구팀은 이 변화의 중심에서, 미래 에너지 인프라의 새로운 기준을 세워가고 있습니다.

Q.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근우 책임(수소에너지연구팀) | 2019년 수소사업 TFT에서 ‘실증을 통한 역량 확보’ 전략이 마련된 이후, 이번 부안 수소생산기지는 그 첫 실현 무대로 탄생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모 사업을 통해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 전북테크노파크,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생에너지 연계형 수전해 기반 수소 생산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입니다. 현대건설은 설계, 핵심 기자재 구매, 시공 등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실행을 맡았는데요. 국내 최초 상업용 수전해 기반 수소 생산기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박지근 책임(수소에너지연구팀) |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PEM(고분자전해질막)* 수전해 기술을 상업 규모로 적용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특히 PEM 방식은 반응성이 빠르고 고순도 수소 생산에 유리해, 향후 수소 생태계 확대에 중요한 기술인데요. 규모는 실증 단계지만, 운전 데이터 확보와 상업화 연계를 고려하면, 그 의미는 단순한 파일럿을 넘어섭니다.
윤홍철 책임(플랜트연구팀) | ‘수전해 수소’가 낯선 분들을 위해 잠시 설명 드리자면, 수전해는 전기를 이용해 물을 분해하고, 수소와 산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우리가 학교 실험에서 접했던 전기분해 원리와 같은데요. 생산된 수소는 전기 또는 열에너지로 변환해 활용할 수 있어 최근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조용현 책임(플랜트연구팀) | 말씀하신 대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에너지이지만, 실제 사례가 많지 않다 보니 프로젝트 초반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기존 플랜트라면 참고할 만한 선례가 있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뿐 아니라 협력사에게도 모두 처음이라,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확인하고 진행해야 했죠. 처음이라는 부담이 컸지만, 그만큼 새로운 길을 연다는 자부심도 있었습니다.
※PEM(고분자전해질막) 수전해: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로, 수소만 잘 통과시키는 특수한 막을 사용합니다. 반응이 빠르고, 장치가 작으며, 고순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Q. 플랜트연구팀과 수소에너지연구팀이 주축이 되어 이번 프로젝트를 이끌었는데요. 각 팀은 어떤 역할을 맡았나요?
윤홍철 책임 | 여기 계신 조용현 책임을 비롯해 최용호·이희창·임종욱·차수호 책임 등 설계 LE(Lead Engineer)로 구성된 플랜트연구팀은 설계를 담당했습니다. 최초의 수소생산기지였기에 조건에 맞는 협력사를 찾는 것부터가 큰 난제였습니다. 유사한 플랜트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팀원들과 함께 설계 방향을 잡고, 일정에 맞춰 도면과 공정 기준을 완성해 나갔습니다.
조용현 책임 | 설계 과정에서는 각 공정의 안전과 연계성을 검토하는 작업이 중요했습니다. 앞서 말씀하셨듯이 처음 경험하는 수전해 시스템이다 보니, 기존 플랜트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었죠. 이 과정에서 수소에너지연구팀과 많은 논의를 거치며 기준과 운영 전략을 정립했습니다. 프로젝트 초반에 진행한 HAZOP(Hazard and Operability Study, 위험 및 운전성 검토)도 그 일환이었죠.

이근우 책임 | 4일 동안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진행된 HAZOP Study는 잊을 수가 없죠. (웃음) 위험성 평가 결과가 결국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 보니 서로 치열하게 고민한 것 같습니다. 수소에너지연구팀은 사업 전체 운영을 맡았는데요. 인허가, 예산, 컨소시엄 협의, 일정 관리 등 실증 프로젝트 전 과정을 조율했죠.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 플랜트연구팀에게 많이 배웠습니다. 덕분에 모르는 영역이 생겨도 빠르게 의견을 나눌 수 있었고,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박지근 책임 | 실증 사업 규모이지만 해야 할 일이 많았고, 서로 역할을 나누며 해결해 나갔습니다. 특히 플랜트연구팀에서 설계와 기술 검토를 탄탄하게 해 주신 덕분에 현장에서 자신 있게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현장 실무자로서 실증 프로젝트의 A to Z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요. 저에게 새로운 배움을 안겨준 소중한 현장이었습니다. (웃음)
Q. 부안 수소생산기지는 모든 과정이 도전의 연속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중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이었나요?
윤홍철 책임 | 기존 플랜트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수소생산기지에 맞는 설계 기준과 문서 목록(Master Document List)을 새로 마련해야 했어요. 화공·발전 등 다양한 플랜트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이 함께 의견을 모으다 보니 점검 포인트가 점점 많아지더라고요. (웃음) 프로젝트 초기에는 국내 상위 20개 설계사 중에서 수소플랜트와 관련 있는 곳이 어디인지부터 하나하나 확인했습니다. 조건이 맞는 회사를 직접 만나 상담했고, 마침내 설계사가 선정된 뒤에는 유사 플랜트 경험을 토대로 개념을 잡아갔죠. 프로젝트 일정을 맞추기 위해 설계협력사, 수소에너지연구팀과 착수와 동시에 합동사무소를 꾸렸습니다. 기본설계가 끝난 뒤엔 다 같이 회식도 하고, 덕분에 팀워크가 더 좋아진 것 같아요.

박지근 책임 | 공공 실증 사업이라는 점도 큰 과제였습니다. 법과 규정 준수는 물론, 구매는 공공 발주 방식으로 진행해야 했습니다. 일정 내 주기기를 발주해야 했지만 행정 절차만 따르면 기한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기관과 직접 협의하며 절차를 조정했습니다. 만약 해결하지 못했다면 사업이 중단될 수 있었던 만큼, 부담과 긴장감이 상당했습니다. 또 각 사업본부 동료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요. 공사 진행 중 ‘절연 가스켓’이 당장 다음날 필요했는데 제조사 수배가 불발된 상황에서, 국내 현장에서 긴급히 지원받아 무사히 공사를 진행했던, 감사한 기억도 납니다. (웃음)
조용현 책임 | 수전해 설비와 플랜트 보조기기를 연동하여 안정적으로 운전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부분이 특히 어려웠습니다. 수전해 설비는 단순히 스위치를 켠다고 바로 가동되는 장비가 아니라, 여러 안전과 효율을 위해 단계별로 꼼꼼하게 준비가 필요하거든요. 각 보조기기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점도 신경을 많이 썼고요. 그동안 참고자료도 부족해서 고민이 많았지만, 무사히 해결되어 정말 후련합니다.
Q.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설비는 무엇이었나요? 첫 상용 수소생산기지인 만큼 독보적인 기술이 있다면 함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윤홍철 책임 | 당연히 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2.5MW급 PEM 수전해 시스템이 우리 현장의 자랑이에요.
이근우 책임 | 이 시스템은 하루 1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고, 순도도 99.999%에 달합니다. 수소차인 NEXO가 요구하는 순도(99.995%)보다도 높죠. 또, 하루 22톤 규모의 초순수 설비와 30 bar 수소를 250 bar로 압축해 트레일러에 충전할 수 있는 수소압축기도 주요 설비입니다.

박지근 책임 | 설명을 덧붙이자면, 저희 부안 수소생산기지는 국내에서 드물게 30 bar의 고압 수소를 바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차별점이에요. 국내의 대부분 수전해 설비는 10 bar 이하의 압력에서 수소를 생산하는데, 해외에서는 30 bar가 일반적입니다. 30 bar에서 수소를 생산하면 이후 공정이 더 간단해지고, 에너지 효율도 높아집니다. 저희가 이번에 국내 최초로 30 bar 압력에서 실제로 운영되는 수전해 시스템을 구축하게 돼서, 앞으로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근우 책임 | 기술만큼 중요한 부분은 실제 운영 데이터의 축적입니다. 연구가 아니라 상업 운영을 전제로 한 시설이기 때문에, 성능과 경제성이 실제 조건에서 유지되는지 검증해야 하죠. 특히 생산 압력, 순도, 운전 시간, 에너지 사용량 같은 데이터는 향후 설비 최적화와 비용 구조 개선에 직접 반영됩니다. 부안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는 향후 대규모 수소 플랜트 설계와 사업화 모델 구축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단순히 설비를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형 수소 플랜트 운영 표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 나라가 수소 사회로 가기 위한 큰 이정표로 평가됩니다. 준공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이근우 책임 | 아직도 한동안은 부안 현장에서 보내야 할 시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시스템 성능 테스트와 운전 데이터를 꼼꼼하게 쌓아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지만, 현장에서 직접 문제를 발견하고 동료들과 답을 찾아가는 시간이 저에겐 정말 값집니다. 회사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경험했지만, 이번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흐름을 함께한 건 처음이에요. 그만큼 애착이 큽니다. 돌아보면, 혼자였으면 불가능했을 도전이었지만, 든든한 팀원들과 여러 부서의 도움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 경험이 더 큰 도전의 기반이 되길 기대하고, 남은 기간도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겠습니다
조용현 책임 | 현장에 안 간 지 꽤 됐네요. 한 번 초대해 주신다면 기쁜 마음으로 가겠습니다. (웃음) 서로 손을 맞잡고 격려하며 한 걸음씩 내딛은 시간이 지금 생각해도 참 소중합니다. 가끔은 밤늦은 시간까지 남아서 작은 문제 하나하나를 함께 들여다보던 기억, 그리고 어느새 완벽하게 가동되는 시스템을 보니 ‘우리가 정말 해냈구나’ 싶네요.
박지근 책임 | 첫 장비 조립하고 현장을 누비던 시간, 각종 절차와 예상치 못한 변수로 하루하루 고민했던 순간까지 모든 기억이 선명합니다. 행정 절차나 검증 기준, 현장에서의 위기와 해결의 순간마다 애를 태웠지만, 그 과정에서 함께 나눈 응원과 동료애가 가장 힘이 되었어요.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윤홍철 책임 | 최근 수소에너지연구팀이 현대자동차, 현대엔지니어링, 현대로템과 함께 ‘5MW급 수전해 플랜트형 PEM 수전해 시스템 개발업무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요. 저희 플랜트연구팀도 적극 협력하면서 시너지를 일으켜 볼 계획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랜 시간 해외 프로젝트에만 참여하다 보니 가족에게 직접 결과물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습니다. 이번 부안 프로젝트는 국내에서 완성된 실증 플랜트라, 언젠가 아이들과 함께 “이곳이 아빠가 만든 현장이야”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더욱 뜻깊게 느껴집니다. (웃음) 이 프로젝트가 저에게 남긴 의미는 단순히 하나의 플랜트가 아닌, 함께 이룬 성장의 경험입니다. 앞으로도 동료들과 더 효율적이고 가치 있는 에너지 솔루션을 만들어 가길 기대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조직 전체가 새로운 역량을 체득했습니다.
함께한 팀원들에 대한 마음도 남다를 수밖에 없는데요.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