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너머, 감성을 짓다
- 현대건설, 영국왕립학회 플라워쇼(RHS 플라워쇼) 수상기

꽃과 정원의 나라, 국. 그 중심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의 원예 축제 RHS 플라워쇼는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정원이 담을 수 있는 철학과 기술,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펼치는 무대입니다.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 최초로 RHS 플라워쇼에 공식 초청받아 조경 작품 '정원이 속삭이다(Garden Wispers)'를 선보여 국내 건설사 최초 본상을 수상했습니다. 자연의 리듬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이 정원은 조경을 통해 감성과 기술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세계적 권위의 영국왕립원예협회(RHS) 플라워쇼, 국내 건설사 최초 본상 수상
2025년 7월, 현대건설이 국내 건설사로는 처음으로 영국 왕립 원예협회(RHS)가 주최하는 세계적인 정원 박람회 무대에 섰습니다. 영국 사우스요크셔에서 열린 RHS Flower Show Wentworth Woodhouse에서 현대건설은 성균관대학교 최혜영 교수와 함께 작가 정원 '정원의 속삭이다(Garden Whispers)'을 조성하여 실버 길트(Silver Gilt)를 수상했습니다.

100여 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RHS 플라워쇼는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정원 축제입니다. 특히, 이번 웬트워스 행사는 영국 국가유산으로 관리되는 유서 깊은 대저택에서 열려 더욱 의미 있는 무대였습니다.
이러한 무대에서 '정원이 속삭이다'는 정원의 본질과 현대적 디자인, 그리고 미래 기술과 재료의 지속가능성을 아우른 감성적 공간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이번 수상은 현대건설이 조경을 통해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고유한 디자인 언어를 확보했음을 보여준 상징적 순간입니다. 한국 건설업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낸 이정표이기도 합니다.
자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정원이 속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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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은 조경을 도시와 자연, 기술과 감성이 어우러지는 '현대적인 풍경(Modern-scape)'으로 바라봅니다. 도시의 구조적 질서 위에 자연의 결을 얹어, 조용하지만 선명한 감각을 남기는 공간. 그것이 현대건설이 추구하는 조경의 방향입니다.
'정원이 속삭이다'는 이러한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입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건네는 말은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스치는 바람의 결, 나뭇잎 사이로 드는 빛,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그림자. 이 정원은 자연의 언어를 빌려 사람과 감각적으로 소통합니다.
경계를 지우고 감각을 남기다
현대인들은 직선과 구획, 명확한 경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빛과 그림자, 식물과 공기, 발걸음의 속도처럼 자연의 언어는 천천히 스며들며 다가옵니다. '정원이 속삭이다'는 이 조용한 흐름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약 18m × 9m, 총 162㎡ 규모의 이 정원에는 벽이나 담장이 없습니다. 곡선을 따라 이어지는 동선과 변화하는 시야가 공간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냅니다. 정원 곳곳에 자리한 세 개의 코지룸은 각각 다른 정서를 품고 있습니다. 동북쪽 끝의 공간은 빽빽한 식재와 기둥이 외부 시선을 차단해 사색에 적합하고, 중심으로 갈수록 시야가 열리면서 휴식에 최적화된 공간이 펼쳐집니다.
햇살이 가장 풍부한 남서쪽 끝에서는 방문자가 걸어온 길을 조용히 되돌아볼 수 있습니다. 공간의 흐름을 조율하는 핵심 요소는 약 500개의 하얀 기둥입니다. 지름 50mm, 높이 1.2m부터 3.0m까지 다양한 규모의 이 기둥들은 시선을 유도하거나 차단하며, 걷는 이의 속도와 감각을 섬세하게 조율합니다.
중앙부의 둥근 쉘터는 벤딩 처리된 기둥으로 구성되어, 단순한 차양을 넘어 공간의 흐름을 조율하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바닥은 식생 위에 화산석 자갈, 짙은 회색 자갈, 백색 콘크리트를 층층이 배치하여 구성했습니다. 걷는 위치에 따라 질감과 소리가 달라지며, 무의식적인 감각의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재료 간 경계는 유연한 곡선 마감으로 처리되어, 자갈과 식물, 콘크리트가 이질감 없이 하나의 리듬을 형성합니다. 낮에는 기둥 사이로 빛이 흘러들고, 밤에는 기둥 속 폴리카보네이트 조명이 은은하게 공간을 감쌉니다. 이 정원은 하루의 흐름에 따라 표정을 달리하며, 머무는 사람과 함께 호흡하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존재합니다.
꽃으로 짓는 이야기, ‘정원이 속삭이다’
'정원이 속삭이다'는 식물 하나하나가 이야기가 되는 정원입니다. 계절의 리듬을 따라 변화하는 초화류를 중심으로, 다양한 질감과 색감의 식물들이 정원의 결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디기탈리스와 오이풀, 뱀무는 부드럽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에키네시아, 러시안세이지, 브론즈 펜넬은 다채로운 색감을 층층이 더합니다. 보랏빛 에린지움과 그라스류는 공간에 깊이를 선사하고, 고사리와 백미향, 스트로베리 민트 등은 지면 가까이에서 식재의 완급을 조율하며 부드러운 바닥을 형성합니다. 이처럼 식물은 자연과 사람 사이의 감각을 조용히 이어줍니다.
이 풍경을 현실로 옮기는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한국과 전혀 다른 현지 여건 속에서 수백 본의 초화류를 조달하기 위해 농장을 직접 발로 뛰었고, 사전 주문한 꽃의 신선도가 현저히 떨어져 현지 가든센터와 다시 협상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반입 직전 조건이 바뀌며 일부 식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지만, 시공팀과의 긴밀한 소통으로 최종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로 완성된 '정원이 속삭이다'는 정성과 시간, 감각과 협업이 '꽃처럼 피어난 공간'입니다.
지속가능한 정원의 미래를 선보이다
‘정원이 속삭이다’는 단지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가 마주한 중요한 질문은 “이 정원을 어떻게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영국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날씨는 처음부터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연간 180일 이상 비가 내리는 기후 조건에서는 시공 일정에 유연성이 필수였기 때문에, 기둥 설치 방식을 표준화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조정했습니다. 핵심 구조물인 철재 기둥과 LED 조명은 국내에서 사전 제작해 운송했습니다. 특히 건설현장에서 쓰이는 비계 구조물을 재활용하여 화이트로 마감처리한 파이프들은 정원의 미래성과 건설 소재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전략적인 시도입니다.

업사이클링을 통한 지속가능성은 정원의 다른 재료들에도 적용되었습니다. 현대차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폐차 헤드라이트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의자를 제작하여 상당한 폐기물 감축 효과를 거뒀습니다.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3D 프린팅 기술로 비정형 구조물을 구현하면서도 재료 낭비를 최소화하고 제작 시간을 대폭 단축하는 성과를 이뤘습니다. 아울러 코지룸의 바닥인 콘크리트 패드에는 화장품 용기를 재활용한 플라스틱 조각들을 넣어 견고함은 유지하면서도 환경 부담을 줄이고 심미성을 높이도록 작업하였습니다.
'정원이 속삭이다'는 RHS의 '지속가능성 목표'에 부합하는 동시에, 자연을 단순히 모방하는 것을 넘어 자연처럼 순환하고 지속되는 정원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미래 조경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선도적 사례가 되었습니다.
MINI INTERVIEW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 최연길 책임매니저 / 성균관대학교 최혜영 교수

Q. '정원이 속삭이다'를 진행하시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인상 깊은 반응이 있었다면 무엇인지요?
(최연길 책임)기둥을 세우는 일은 공사 기간을 고려했을 때 정말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오죽하면, 공사 초기 RHS 관리자가 여러 번 찾아와 ‘정말 완공할 수 있겠느냐?‘ ‘고 위로를 건네기도 했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저희 팀이 가장 먼저 공사를 마쳤습니다. 하루 12시간 넘게 작업에 몰두한 팀원들의 집중력과 체계적인 준비 덕분이었죠. 그때 현장 분위기, 정말 뜨거웠습니다.
(최혜영 교수)현지에서 식물을 구하기 위해 여러 원예농장을 답사했던 기억,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영국팀과 한국팀 모두 비를 맞으며 합심해 폴을 설치하던 기억이 크게 남아 있습니다. 493개째 마지막 폴을 박던 그 순간 다른 정원을 조성하던 모든 사람들이 같이 환호해 준 일, “우리 정원은 영 국에서 흔히 보던 정원 디자인과는 확연히 다르다”,. “밖에서 한눈에 모두 조망되는 정원이 아니라, 직접 거닐며 하나의 여정을 경험하는 공간 같다”는 평가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Q.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하는 공간이나 요소는 무엇인가요?
(최연길 책임)저에게는 북동쪽 코지룸이 이 정원의 가장 소중한 공간입니다. 이곳은 정원 전체에서 가장 '속삭임'다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기둥의 밀도가 높고 식재가 풍성해서 외부 시선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보호받는 느낌이 들면서도, 중심부 반영 연못이 정면으로 펼쳐져 완전히 고립된 느낌은 아닙니다. '보호받으면서도 열려 있는 묘한 균형감이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최혜영 교수)정원의 모든 공간을 애정하지만 특히 수공간이 마음에 듭니다. 벤치에 앉아 물에 비친 나무의 모습, 구름이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고요해지죠 수공간 너머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초화류와 수직으로 솟은 폴들도 공간의 완성도를 한층 높여줍니다.
Q. 심사위원들과의 피드백이나 반응 중 인상깊었던 것이 있다면?
(최연길 책임)‘영국정원에서는 볼 수 없는 현대적이고 트렌디한 디자인’에 대한 반응이 인상깊었습니다. 식물 위주의 전통적인 정원 문법을 벗어나 다양한 기술과 재료들을 도입한 정원 작품에 대한 신선한 관심은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우리가 선도하고 구현하는 디자인 언어들이 정원의 본고장 영국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점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최혜영 교수)평가 항목 중에는 ‘디자인 의도를 얼마나 잘 구현했는가’, ‘디자인이 얼마나 강력한가’를 평가하는 기준이 있었는데, 이 두 부문 모두에서 만점을 받은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큰 칭찬을 받았습니다. 또한 “첫 번째 쇼가든 도전에서 실버 길트를 받은 사례는 없었다”며, 매우 인상적이었다는 심사위원의 평가도 기억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