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 담맘에서 북서쪽 250km, 마잔 해상 유전의 중심에서 현대건설이 맡은 ‘사우디 마잔 오일처리 시설 신설 및 확장공사’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2019년 6월 착공한 이래 20여 글로벌 건설사 중 가장 먼저 기계적 준공에 성공한 현대건설! 일일 최대 5,900여 명이 투입, 3,300만 시간 무재해 기록의 무대. 그 뒤엔 200여 협력사와 현대건설 임직원의 뜨거운 팀워크가 있었습니다. 마잔 프로젝트의 스토리를 현장 직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들어보겠습니다.
[ 5월 12일, 사우디 마잔 오일처리 시설(PKG6) 현장을 방문한 현대건설 이한우 대표이사가 임직원의 노력과 헌신에 감사를 표하며, 현장의 기계적 준공을 축하했습니다. ]
마잔 프로그램에 참여한 글로벌 건설사 중 가장 먼저 기계적 준공 달성
차석환_ 소장님께서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성공적인 공사 수행이 바로 회사 수주 경쟁력이다'라는 말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코로나 사태나 전 세계적 원자재 수급지연 등의 문제로 당초 일정보다는 다소 늦어졌지만, 마잔 프로그램 내 20여 건설사들 중 가장 먼저 기계적 준공을 달성했다는 것에 강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강명호_ 맞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빈 땅에서 이렇게 대형 플랜트 공장을 완공하기까지 수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근로자, 관리자, 발주처 등 모든 인원이 합심하여 그 모든 과정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6년이란 긴 시간 동안 함께해 온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노봉균_ 개인적으로 프로젝트 상세 설계부터 현장 시공을 알리는 착공과 준공까지, 처음과 끝을 온전히 경험한 현장이다 보니 감회가 더욱 더 새롭습니다.
사우디 증산 전략의 핵심, ‘마잔’의 재탄생
차석환_ 사우디아라비아 북동부, 걸프해 상에는 마잔(Marjan), 카란(Karan), 줄루프(Zuluf), 사파니야(Safaniya) 등 여러 오일·가스 유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중 마잔 유전은 1967년 발견 이후 50년 넘게 오일과 가스를 안정적으로 생산해 온 지역의 핵심 유전입니다. 2017년, 사우디 아람코는 하루 생산량을 기존 1,200만 배럴에서 1,300만 배럴로 높이기 위해 3대 확장 공사를 계획했고, 그중 하나가 바로 마잔 유전 확장 프로젝트였습니다.
노봉균_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마잔 프로그램(Marjan Increment Program)’은 해상과 육상 오일·가스 생산 설비에 물 및 가스 주입 설비를 통합한 아람코 최초의 통합형 개발 프로젝트입니다. 당시 현대건설은 패키지 6과 12를 동시에 수주했고, 그 중 우리 현장(PKG 6)은 기존 공장에서 하루 30만 배럴의 원유를 오일·가스로 추가 처리할 수 있도록 공장을 확장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강명호_ 공사는 해수 또는 재처리수를 정화해 지하에 주입하는 수처리 및 물 주입 설비(Water Treatment & Injection Plant), 혼합 원유에서 가스를 분리하고 수분·염분을 제거·안정화하는 원유 처리 설비, 그리고 분리된 가스를 압축·이송하는 가스 처리 설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물 주입 설비 공정은 유정의 원유 채취 압력이 시간이 지나며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정 압력의 물을 주입하는 역할을 합니다. 원유 처리 공정은 원유 내 불순물과 가스를 걸러내고, 정제·저장이 가능한 상태까지 가공하는 단계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스 처리 설비는 분리된 가스를 압축해 다른 플랜트로 안정적으로 이송하는 과정입니다. 현재 현장은 주요 설비 공정을 마무리 짓고 기존 노후 설비 개보수와 신규 증설 설비 전체를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한 보안 시설의 잔여 공사만이 남았습니다.
40년 된 기존 설비 확장... 예측불가 변수와의 사투
차석환_ 40년 가까이 운영된 오래된 공장 위에 새로운 설비를 짓는 공사이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여러 보수 및 추가 설치 작업이 있어 왔지만, 많은 부분들이 기존 설계도서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않아 불완전한 부분이 있었는데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D 스캐닝을 활용해 기존 공장의 실물을 정밀 측량·모델링하는 등 설계에 반영했지만, 지하 시설은 오래된 도면이 전부라 공사 과정 중 예기치 못한 케이블·배관 등 장애물이 계속 발견됐죠.
강명호_ 시공관리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맞춰 일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것인데요. 말씀하신 대로 우리 현장은 도면에 없는 지장물, 그리고 작업허가서 발급 지연 등 예측 힘든 변수들이 많아 계획 수립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노봉균_ 특히 기존 공장과의 안전 관리, 복잡한 승인 과정에서 시공 인터페이스가 늘 발목을 잡았습니다. 승인 문서 준비가 미뤄지거나 작업허가서가 늦어지는 바람에 시공과 검사가 지연되기도 했어요. 이런 문제들은 프로젝트 관리팀과 소통하며 풀어나가야 했고, 아람코 운전팀과 실랑이도 잦았습니다. (웃음)
강명호_ 특히 아람코 공사는 자체 기술 기준이 있어서, 일반적인 국제 스펙보다 훨씬 까다롭습니다. 우리 현장은 이런 규정까지 철저히 준수하면서 공기를 지켜 공사를 완수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로 현대건설의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고 생각합니다.
노봉균_ 맞습니다. 자부심이 강한 아람코와 의견 충돌 없이 일하는 데엔 상당한 커뮤니케이션과 조율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술적 고집만으로는 부족하고,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타협 가능한 기술 대안을 제시하는 역량이 요구됩니다. 저는 아람코 프로젝트의 어려움은 단순히 기술 기준이 아니라, ‘사람과 기술’을 모두 아우르는 복합적 과제에 있다고 봅니다. 이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그만큼 얻는 성취감도 큽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도전이자 성장의 기회였습니다.
플랜트, 종합 엔지니어링의 꽃... 200여 공급사 유기적 관리가 관건
차석환_ 플랜트 공사는 점점 발주 기간이 짧아지는 추세라, 공기(工期)를 맞추려면 패스트 트랙(Fast-Track) 방식이 필수입니다. 설계, 자재 조달, 시공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진행되는 만큼, 당사와 발주처는 물론, 자재 공급사와 협력사들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죠. 이번 현장만 해도 200여 개 주요 자재공급사와 그로부터 파생된 수백 개 하위 업체, 수많은 설계·시공·시운전 협력사가 함께했습니다. 이들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관리·독려하는 것, 그리고 수많은 관리 포인트를 제때 처리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프로젝트 성공의 관건이었습니다.
강명호_ 배관 시공 담당자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시공 난이도가 특히 높았던 물 주입 설비 공정입니다. 여기에는 슈퍼 듀플렉스 배관 자재가 쓰이는데, 일반 재질보다 용접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작업자 숙련도도 훨씬 높아야 합니다. 게다가 발주처에서 일반 플랜트보다 단축된 공기를 요구해서 정말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철야 작업도 하고, 발주처와 협의해 일부 검사 조건을 완화하는 등 품질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기 단축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발주처의 요구를 충족하며 성공적으로 완공할 수 있었습니다.
노봉균_ 저는 2023년 10월, 물 주입 설비 공사가 한창이던 시기가 떠오르네요. 핵심인 물 주입 펌프 연결 배관은 슈퍼 듀플렉스 스테인리스 스틸 용접이 필수였습니다. 그래서 신규 용접 절차(WPS, Welding Procedure Specification) 개발을 위해, 용접 절차 검증 시험(WPQT, Welding Procedure Qualification Test)도 진행했죠. 공기가 빠듯한 상황에서 자재 확보와 시편(시험 샘플) 제작은 잘 이뤄졌지만, 아람코의 까다로운 기준을 근소하게 넘지 못해 계속 실패를 겪었습니다. 시편 자재까지 거의 떨어지며 마지막 기회를 잡게 됐고, 최종 합격 여부를 기다리던 그 순간은 아직도 아찔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기술력과 안전, 모두 잡은 사우디 마잔 패키지 6의 도전과 성장
차석환_ 현장은 3D 레이저 스캐닝을 활용해 기존 공장을 정밀 측정하고, 이를 3D 도면에 반영해 시공 정확도를 대폭 높였습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벤더 공장 테스트(Vendor Shop Test)에 직접 참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동식 화상 장비로 FAT(Factory Acceptance Test)를 원격 진행했습니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현장 출입 시 마스크 착용과 발열을 자동 측정하는 시스템도 개발해 적용했죠. 아람코 발주처가 주관하는 연례 기술대전에서 수상한 ‘안전체험 교육관’이나 ‘모바일 품질검사 시스템’ 등도 이번 프로젝트에 적극 도입했습니다.
강명호_ 더불어 당사 최초로 SPC(Smart Project Control) 프로그램을 도입해, AWP(Advanced Work Packaging) 시공관리 기법을 적용했습니다. 덕분에 3D 모델을 활용한 공사 시각화, 자재 및 도면의 사전 준비도 확보, 시공 인터페이스 사전 검토와 조율 등이 훨씬 체계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노봉균_ 우리 회사의 건설관리 시스템과 연계된 기기 보존관리(Preservation) 모니터링 업무에 QR 코드 시스템을 적용한 사례가 있습니다. 아람코 프로젝트는 특히 기기 보존관리 기준이 까다로운데요. 마침 당사에서 QR 코드 시스템을 프로젝트 관리 목적으로 운영하던 것을 발주처 품질 책임자에게 큰 기대 없이 “우리 회사에 이런 좋은 시스템이 있는데, 한번 적용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는데, 예상 외로 호응이 뜨거웠습니다. 결국 아람코 Inspection Department가 주최하는 Construction Quality Award 수상까지 이어졌죠. 말 그대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강명호_ 이러한 노력 덕분에 현재 현장은 무재해 3,300만 시간을 기록 중입니다. 특히 우리 현장은 안전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매우 높아, 초반부터 전 직원이 일정 시간 순번을 정해 현장 순찰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습니다. 저는 안전이 결코 안전 부서만의 책임이 아니라, 전 직원이 함께 참여해야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장님을 중심으로 한 매니지먼트의 강한 리더십이 조직 전체에 동력을 불어넣었고, 그 결과 구성원 모두가 안전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된 것이 우리 현장의 가장 큰 강점이자 무재해의 핵심 성공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함께 이룬 성공, 그리고 미래를 향한 약속
강명호_ 마잔 프로젝트는 수많은 글로벌 건설사들이 동시에 기술력과 노하우를 뽐내는 각축장인데요. 그 중에서도 현대건설이 수행 측면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고 있음이 자랑스럽습니다. 발주처에서도 우리 현장의 사례를 예로 들며 타사에게 공정 촉진을 요구한다고 들었을 때 현대건설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노봉균_ 무엇보다도 발주처인 아람코가 인정하는 시공사로 현대건설을 꼽는데 주저하질 않습니다. 고객이 인정하는 것만큼이나 이보다 더 확실한 보증수표가 또 있을까요? 매일이 고되고 바쁘지만 현장에서의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건 동료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면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는 점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현건인은 정말 '프로페셔널'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명호_ 맞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단순히 공장 하나를 완공한 것이 아니라, 현대건설의 기술력과 도전정신을 세계에 증명했습니다. 현장에서의 값진 경험은 앞으로 우리가 더 큰 도전을 마주하게 될 때 단단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차석환_ 하루 18시간 가까이 활동하는 가운데, 3~4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현장 동료들과 함께 보냈습니다. 뜨거운 햇볕과 매서운 해안가의 강풍을 맞으면서도 함께 현장을 누비며,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분투했던 동료들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6년이라는 긴 여정 동안 함께 웃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이겨냈던 마잔 프로젝트(SM06)의 모든 순간들이 우리 각자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 있을 것입니다. 다음 현장에서는 서로 한층 더 성장한 모습으로 만나 또 한 번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길 기대합니다!